소비 침체로 휘청이는 패션업계가 임원 인사를 통해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K패션’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 코오롱FnC 등 국가대표 패션 대기업들이 지난해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중후반대까지 감소했다.
패션기업의 실적악화 요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와 패션 트렌드 변화 등이 꼽힌다. 고물가 등으로 의류소비가 줄고, 고가의 대기업 제품보다는 보다 저렴한 디자이너 브랜드와 SPA브랜드에 대한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패션 대기업이 선도하던 K패션 흐름이 디자이너 브랜드와 SPA브랜드로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패션기업들도 줄줄이 생존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한섬은 오는 3월 시스템·시스템옴므 단독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특히 패션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6월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 시스템·시스템옴므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해외에 자사 브랜드의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건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의 자회사 슈퍼트레인이 전개하는 골프복 ‘왁(WAAC)’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왁은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골프 박람회 ‘2024 PGA 머천다이즈 쇼(PGA 쇼)’에 참가해 현지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올해 PGA 쇼 참가를 시작으로 전 세계 최대 골프 시장인 북미에 오프라인 매장을 낼 예정이다. 또 해외 골프장 내 프로숍 영업, 온라인 마켓 및 소비자 직접 판매(D2C) 병행을 통해 유통망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남성복 편집숍 브랜드 ‘맨온더분’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마레지구와 로메오 쇼룸에서도 맨온더분은 자체 제작 컬렉션을 소개하며 홍보와 판매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BYN블랙야크그룹은 최근 경영 전략과 브랜드 사업을 분리하는 본부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그룹 내 두 축인 BYN블랙야크와 동진레저에 각각 장남과 장녀를 사장으로 앉히며 2세 경영 체제도 본격화했다.
BYN블랙야크그룹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법인에 신규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브랜드 외형 확장에도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독일과 미국, 중국 시장이 향후 주력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아웃도어 시장에서 유통을 더욱 강화하고 필드테스트 등 연구개발(R&D)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패션계 관계자는 “패션업계 주력 소비층이 ‘MZ세대’로 변화하면서 패션 트렌드도 명품 브랜드보단 신진 디자이너와 SPA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며 “포화된 국내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실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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