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춘제에는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일었다. 이에 귀성객도 절반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고, 해외여행 회복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없었다. 이후 춘제와 함께 중국 3대 명절로 꼽히는 노동절(5월)과 국경절(10월) 연휴 전후로 중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총 78개국에 대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 빗장을 풀었는데도 해외여행은 회복되지 않았다. 올해 춘제를 앞두고는 비자 면제 대상국을 늘려나갔지만 이 역시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이 국경을 개방한 지 꼬박 1년이 지났고, 해외여행 장려책으로 상황도 마련됐는데 유커(遊客·중국인 여행객)가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항공편 부족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빠르게 늘리지 않는 건 그만큼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항공서비스앱 항반관자(航班管家)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제선 운항편은 2019년의 37.5%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중국 3대 국영항공사인 중국남방항공,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의 국제선 예약률은 각각 78.97%, 67.7%, 71.5%로 2019년에 비해 최대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올해 춘제 연휴 해외여행 감소는 국내 여행 증가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여행 붐은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의 주역인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생)가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의문이 든다. 이들은 청년실업률이 20%를 넘는 역대 최악의 취업난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 아니던가. 정부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앞장서서 국산품을 쓰고, 국내 여행을 갈 정도로 애국심이 치솟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이미 소비 시장은 이들의 파워를 실감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물론 애플, 나이키 등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예전만큼 명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싱크탱크 연구에 따르면 소분홍 세대는 소비에 이어 여행 수요의 주력으로 떠올랐다. 궈차오가 여행 시장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올해 춘제 연휴에도 웨이보(微博)·샤오훙수(小紅書)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청년들이 각 지역 고성(古城)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코로나 전까지 유커는 세계 관광 시장을 이끌어왔다. 2019년 1억5500만명에 달하는 유커가 전 세계 곳곳에서 쓴 돈은 전 세계 관광 수입의 14%를 차지했다. 유커를 애타게 기다리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란 얘기다. 유커 유치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절실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