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이 건전성 방어를 위해 대출 문을 걸어 잠그자 풍선효과로 카드론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 조달금리 상승으로 업황이 악화된 카드사마저 관리에 들어가면 서민 대출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올해 1월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21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말 대비 4507억원 증가한 것으로, 잔액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초 자금 수요가 있는 중·저신용자 대상 유동성 지원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다중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저하된 가운데 또다른 서민 금융 창구인 저축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 카드론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10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대출 잔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기존 대출액은 상환이 이뤄지고 신규 대출은 나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저축은행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는 6조159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9% 줄었으며, 대출건수 역시 39만1506건으로 37.4% 감소했다.
문제는 올해 카드사·저축은행이 연체율 급등으로 인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리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점이다. 당장 업계 1위사인 SBI저축은행은 내달부터 개인신용대출 여신상품 15개를 5개로 폐지‧통합하면서 대출 조이기에 나선다.
일각에선 카드사들 역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 비중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더 오르면 취급할 수 있는 저신용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저신용자가 카드사로 몰리면서 관련 금리는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8개 카드사(NH농협카드 제외)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625%로 지난해 12월(14.607%)보다 소폭 올랐다. 1월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롯데카드가 15.74%로 가장 높다. 이어 BC카드(15.17%), 하나카드(14.95%), 우리카드(14.80%), 삼성카드(14.55%), 신한카드(14.43%), KB국민카드(14.31%)등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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