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스페이스아이-티는 30㎝급 해상도로 전 세계 민간 관측위성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해상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3월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로 발사되면 한국은 미국·중국·프랑스·이스라엘과 함께 지구 관측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1년 지분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쎄트렉아이는 관측위성 분야에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다. 과거에는 위성을 1~2대만 동시에 만들 수 있었으나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대 5대를 함께 생산할 연구개발·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김 실장은 "1개 위성 제작에 전문가 1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을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 글로벌 선두 주자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의 야심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경기 용인시 한화시스템 종합연구소. 연구진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제작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클린룸에선 인공위성을 조립하고, 위층 관제소에선 직원 5명이 우주에 쏘아올린 SAR 위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했다.
쎄트렉아이가 광학 관측위성 제작을 맡는다면 한화시스템은 SAR 위성과 통신위성 제작을 담당한다. 특히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우주 인터넷 사업이 급성장 중인 만큼 통신위성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창 공사 중인 한화시스템 제주 우주센터가 완공되면 한번에 만들 수 있는 위성 수가 늘어 글로벌 뉴스페이스 기업들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열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부문 전무는 "한화시스템은 우주 인터넷 사업에 참여하고자 영국 뉴스페이스 기업 '원웹'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며 "원웹에 위성·안테나를 수출하고, 우주 인터넷 국내 사업권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원웹은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 경쟁자로 꼽히는 우주 인터넷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원웹의 우주 인터넷을 국내에서 서비스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국경 간 공급 승인을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전무는 "한화시스템은 위성 제작·운용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라며 "저궤도 위성 등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신하고자 글로벌 위성통신 안테나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2020년 영국 업체 페이저(현 한화페이저)를 인수하고 미국 카이메타에 지분 투자를 했다.
전날 찾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남 창원 1공장은 누리호 4차 발사에 활용할 액체연료 엔진을 제작 중이었다. 다만 누리호 엔진은 보안 유지를 위해 외부인 접근이 금지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국산 경공격기 FA-50에 탑재되는 'F404' 엔진과 한국형 구축함 정조대왕급 2번함에 탑재되는 'LM2500' 엔진을 만드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은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심장'을 맡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신뢰성 높은 엔진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뒤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을 주도할 체계종합기업 선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나란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정부 예산 약 2조원을 투입해 2030년 토종 기술로 만든 달 착륙선을 달에 보낼 차세대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우리 미래 세대가 주도적으로 우주를 개척하고 탐사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300여 개 한화 협력업체와 함께 대한민국이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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