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검은 가죽 재킷' 젠슨 황의 시대

'매그니피센트7' 중 유일하게 세자릿수 매출 증가

올해 가장 많이 거래된 주식으로 등극

젠슨 황 CEO의 검정 가죽 점퍼, 'AI 상징'으로 등극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야흐로 엔비디아 시대가 도래했다. 고금리도, 인플레이션도, 지정학적 충돌도 엔비디아를 막지 못했다. 뉴욕 증시를 이끄는 7개 대표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7·M7)' 중 마지막으로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는 작년 매출이 100% 이상 늘며 '인공지능(AI) 대장주'로서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M7 중 매출이 세 자릿수나 증가한 것은 엔비디아가 유일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그가 자주 입는 검은색 가죽 재킷은 AI 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젠슨 황과 그의 검은색 가죽 재킷이 인공지능(AI)의 상징"이라고 표현했다. 
 

잡스의 '터틀넥', 젠슨 황의 '검은색 가죽 재킷'

21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2024회계연도 매출액과 비GAAP(일반기업회계기준) 주당희석순이익(EPS)이 각각 609억 달러(약 81조원), 12.96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26%, 28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반도체 붐에 힘입은 것으로, 젠슨 황은 "가속 컴퓨팅 및 생성형 AI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어떤 현상이 폭발적으로 바뀌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고성능 AI 반도체 시장을 90%가량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40%가량 오르며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올해 테슬라를 제치고 가장 많이 거래된 주식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고, 이달 들어서는 아마존과 구글을 제치고 뉴욕 증시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1993년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이 30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주요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엔비디아를 창업한 젠슨 황은 올해 61세로 대만계 중국인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색 가죽 재킷이다. 10년 동안 실적 발표를 할 때 검은색 가죽 재킷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일이 아닌 언론에 노출되는 모습에서도 검은색 재킷을 입지 않은 장면을 찾기 힘들 정도다. 

32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 대만 반도체 공장에서도 가죽 재킷을 벗지 않는 그는 "덥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항상 쿨하다(I'm always cool)"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외신들은 그의 검은색 재킷을 '파워 유니폼'이라고 부른다. 스티브 잡스의 '터틀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회색 티셔츠'처럼 그를 상징하는 패션으로 보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젠슨 황은 결정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패션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젠슨 황 

화학공학자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젠슨 황은 이민 2세대로서 삶을 살았다. 1984년 오리건 주립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 1992년 스탠퍼드대학교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LSI로직(LSI Logic)과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에서 근무했다. 특히 1984년부터 1985년까지 오늘날 엔비디아 라이벌로 불리는 AMD에서 일했다. 

그는 "나의 부모님의 꿈과 열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있는 곳에 있지 못할 것"이라며 부모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3년, 당시 서른 번째 생일에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티스 프리엄과 함께 집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엔비디아 창업을 논의한 젠슨 황은 앞으로 컴퓨터 그래픽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 것이고 이를 위한 강력한 하드웨어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는 고성능 그래픽 하드웨어가 없었던 시절이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세운 이후, '실패에서 배운다'는 기치 하에 회사를 운영해왔다. 이는 엔비디아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는 "효과가 없으면 거기서 배우고 조정하면 된다. 실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좋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은 올해 61세지만 그는 여전히 한창이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14시간 동안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53세에 경영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 전 MS CEO와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그는 본인 은퇴 시기를 묻는 질문에 "언제까지 CEO를 계속할지 모르겠다. 아마 30년 후에는 로봇이 되어 30년을 더 일하지 않을까 싶다"며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 급등에 힘입어 젠슨 황의 재산 역시 약 600억 달러(약 80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에 22일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랭킹 2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막대한 부와 명예를 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탈하고 친근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달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은 야시장에서 먹거리를 사먹고, 시민들과 격의 없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