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의결권 위임을 위한 대리인 선임이라는 게 양사의 입장이지만, 재계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례적으로 대형로펌을 영입하면서까지 표 대결에 나선 것을 두고 향후 법적분쟁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사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았지만, 배당금을 줄인다는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는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재무제표 승인의 안건을 통해 지난해 주당 2만원이었던 현금배당금을 올해는 1만5000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했다.
지난해 약 1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영풍의 입장에서는 연간 1500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의 배당금이 줄어들 경우 당장 재무구조 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 측의 안건대로 배당금이 5000원이 감소하게 되면 우호지분을 더해 고려아연 지분 32.09%를 가진 영풍의 입장에서는 연간 약 400억원의 배당금 수익이 감소한다.
또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다시 고려아연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배력을 유지해 왔던 영풍은 영업적자에 더해 배당금 축소까지 겹쳐 그룹 지배력 약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3.2% 줄면서 현금배당 여력이 줄었기 때문에 배당금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5000원의 현금배당금 감축에도 주주환원율은 50.9%에서 76.3%로 확대됐다. 대규모 당기손이익 감소, 1000억원대 자사주 소각 등이 주주환원율 증가의 원인이다.
고려아연 측에 따르면 영풍의 요구에 따라 배당금은 주당 2만원으로 유지하면 주주환원율은 97%까지 증가한다. 결과적으로는 회사 현금자산 감소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배당금 축소 안건의 통과 여부에 따라 고려아연을 둔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분쟁도 분기점을 맞게 된 만큼 대형로펌을 동원해서라도 주총 승리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주주들의 표 결집을 위한 일이라면 이 정도의 로펌 경쟁이 필요치 않다”며 “주총에서 로펌을 앞세운 대리인전을 시작으로 향후 두 일가가 소송전도 불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