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또다시 비슷한 장르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대한 법정 대응에 나섰다. 이번에는 카카오게임즈가 대상이다. 엔씨 측은 자사 지식재산(IP)을 보호하기 위해 비슷한 사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것도 시사했다.
엔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고 22일 밝혔다. 같은 날 대만 지혜재산·상업법원에도 저작권법과 공평교역법 위반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엔씨 측은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운영)하고,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롬(ROM)'이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W'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롬은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정통 하트코어 MMORPG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일본·태국 등 세계 10개 지역에서 5개 언어로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정식 출시일은 오는 27일이다.
엔씨는 롬의 △게임 콘셉트 △주요 콘텐츠 △아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연출 등이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배열·조합 등)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엔씨는 "MMORPG 장르가 갖는 공통적·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자사 IP를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와 관련해 "일단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엔씨가 다른 게임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리니지2M'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송을 냈다. 해당 사건은 아직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는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엔씨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웹젠 R2M이 리니지M과 유사한 점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런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재판은 웹젠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엔씨는 잇단 법정 대응과 관련해 "자사 IP 보호를 넘어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기업이 장기간 연구·개발(R&D)한 성과물과 각 게임의 고유 콘텐츠는 무분별한 표절과 무단 도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겠단 입장도 시사했다. 엔씨 측은 "앞으로도 IP 보호를 위한 노력과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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