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직 전 전공의들에게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행동지침이 올라온 사이트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23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의사·의대생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의 서초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 사이트에 올라온 전공의 집단행동 지침 글이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회원 정보, 게시자 인적사항, 접속 기록이 담긴 서버와 PC를 확보했으며 현재 문제가 된 게시글을 쓴 작성자 IP를 추적하고 있다.
최근 이 사이트에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으로 사직을 하기 전 전공의들에게 병원의 일부 자료를 지우라는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인계장은 바탕화면과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세트오더도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고 지시했다. 세트오더는 중요한 수술 전에 투여하는 약물의 용량과 투여 속도를 정해 놓은 것을 의미한다.
이어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비번도 PA(진료 보조 간호사)가 로그인 못 하도록 다 바꿔놓으라"면서 "PA가 전공의 ID로 입력 오더 시 책임은 전공의가 모두 뒤집어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짐을 남기면 '사직서를 가짜'라고 할 수 있다"며 "짐도 남기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해당 글이 온라인상으로 퍼지면서 블라인드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의견과 "개인 자료를 지우고 나오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할 경우 구속 수사를 진행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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