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에서 육군본부 B2벙커를 지키다 전사한 '조민범 병장'의 실존인물인 고(故) 정선엽 병장(사망 당시 23세)의 유족이 국가 배상금을 받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2단독(홍주현 판사)은 지난 5일 정 병장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1인당 2000만원씩 총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기한 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날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망인은 국방부 B-2 벙커에서 근무하던 중 반란군의 무장해제에 대항하다 살해됐다"며 "전사임에도 국가는 계엄군 오인에 의한 총기 사망사고라며 순직으로 처리해 망인의 사망을 왜곡하고 은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망인의 생명과 자유, 유족들의 명예 감정이나 법적 처우에 관한 이해관계 등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유족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 병장은 '서울의 봄'에서 육군 장성들이 군사반란군을 피해 도망친 육군본부에 남아 김진기 헌병감(극중 김성균 배우 분)과 함께 B2벙커를 지키다 전사한 조민범 병장으로 그려졌다.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헌병으로 복무하던 정 병장은 제대를 3개월 앞둔 1979년 12월 13일 새벽 지하 벙커에서 초병 근무 중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지난해 3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정 병장이 반란군에 저항하다 총격으로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국방부는 이를 인정해 정 병장의 사망 구분을 '순직'에서 '전사'로 바꿨다.
국방부는 판결 다음 날인 6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도 유가족분들이 갖고 계시는 어려움, 아픔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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