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며 봄철 나들이와 이사, 개학 등 인구 이동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그동안 잠잠하던 기름값이 들썩이고 있다. 자가 운전자는 물론 택배·화물과 버스 등 관련 업종 종사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가는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2%대로 눌러 놓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재반등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633.29원, 자동차용 경유는 1535.15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월 24일)과 비교하면 각각 69.10원과 61.71원 올랐다. 서울 지역은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1713.3원)에 진입했다. 경유도 1600원대(1623.86원)로 올라섰다.
지난해 내내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올 들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 여파로 우상향 중이다. 국내 수요가 많은 두바이유는 2월 셋째 주 기준 배럴당 82.3달러로 직전 주 대비 0.5달러 상승했다. 연초 저점 대비로는 6~7% 안팎 오른 상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석유류 가격은 국제 가격과 연동되는데 국제 유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큰 방향성은 상향이라 향후 2주간은 상승 추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점이 공교롭다. 국내 인구 이동이 급증하는 3월을 앞두고 기름값 상승 이슈가 불거졌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 수치를 보면 연중 이사가 가장 많은 달은 3월이다. 최근 3년간 3월 중 인구 이동은 2021년 73만5000명, 2022년 58만7000명, 지난해 5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벚꽃이 개화하는 3월은 전국적으로 나들이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통계청 통신·모바일 인구 이동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마지막 주 기준 인구 이동량은 1억1208만건으로 전년(1억397만건) 대비 811만건 증가했다. 한국도로공사 연간 고속도로 교통량을 봐도 3월부터 교통량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들어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1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2.8%)로 하락했지만 먹거리 가격을 중심으로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입물가도 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 동반 상승은 향후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정부도 물가 상승률이 3%대로 재반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달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조치를 오는 4월까지 연장한 게 대표적이다. 한 달간 '범정부 석유 시장점검단'을 집중적으로 가동해 일부 주유소를 대상으로 과도한 가격 인상이 없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물가 안정 관련 현안 간담회에서 "정부는 2%대 물가가 조기에 안착돼 국민들이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범부처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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