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칼럼] 우주 경제의 새로운 단계 돌입 ...지속 가능한 발전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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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 2024-02-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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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관람하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운전하는 세상이니 우주 기술의 진보는 누구나 받아들이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주 분야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뉴스페이스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2021년까지 7조 원이 넘는 민간 투자가 이루어졌고, 전 세계에 약 4,000개의 우주기업이 생겼다. 이전까지 우주기업의 매출이 오로지 B2G에서 발생했다면, 신생 우주기업의 매출은 30% 이상이 B2B와 B2C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투자자, 기업은 참여자라는 단순한 구도에서 벗어나 민간 투자로 상업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획기적인 변화인 만큼 뉴스페이스라고 부를만하다. 국내에도 지난 5년 동안 발사체, 위성, 지상국 분야의 우주벤처 기업이 등장했다.
 
필자는 산업체 중심의 로켓엔진 개발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국비로 누리호를 개발했던 것과 다르게, 이번 신규 로켓엔진은 민간이 개발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정부가 나머지를 충당하는 민관협력 방식을 취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종 제품의 성능과 중량을 규정하고, 기업은 자체 로드맵에 적합한 연료와 엔진 방식을 정한다. 이는 과거 방식과 분명한 차별점이지만, 연 단위 일정으로 진행한다는 점과 예산에 따라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그대로이다. 최근, 미국 MIT에서 개설한 New Space Economy 강좌를 통해 그간 뉴스페이스에 관해 품고 있던 막연한 선망과 기대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본 칼럼에서는 가치사슬, 개발방식, 사업모델, 투자 관점에서 뉴스페이스의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1957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우주 시대는 냉전과 우주경합의 시대, 우주정거장 중심의 국제협력 시대, 우주기술의 상업화 시대를 차례로 거치며 뉴스페이스로 접어들었다. 상업화 시대의 위성통신 서비스는 정부와 전문가 집단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간단한 가치사슬을 가졌지만 뉴스페이스 기업은 일반인 사용자를 위한 앱을 개발하여 위성통신 서비스의 접근성과 사용성을 확대하고 있다. 뉴스페이스 대표 기업인 SpaceX는 2006년 NASA의 민관협력 사업 COTS(Commercial Orbital Transportation Services)를 통해 정부로부터 기술적·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이 사업이 성공하자 NASA는 발사체를 보유하던 정책에서, 서비스를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미국 정부는 고정 가격에 서비스를 구매하는 계약 방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우주정거장을 목적지로 하는 최상위 임무를 정의하고 기업이 스스로 세운 기술적 요구 조건에 따라 수송선을 개발하도록 비용의 절반을 지원했다. 이처럼 뉴스페이스의 상징으로 알려진 Falcon 9 발사체는 우주기술 상업화 시대의 성과물이지만, 상업화 정책으로 개발한 발사체를 고도화하여 재사용이 가능하게 한 것은 민간 자본이다. 2015년 SpaceX는 우주 분야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벤처 캐피털을 유치했다. 이들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원칙으로 부품 제작을 내재화했고, 로켓엔진에 양산 개념을 도입하고 위성통신 사업모델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발사수요와 시장을 키웠다. 또한 ‘Fail Fast and Iterate’라는 도전적 방식을 적용하여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수직 착륙과 1단 재사용 미션을 달성했다. 즉, SpaceX는 재사용 사업모델을 통해 발사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국비와 상업 자본을 유치하여 신속한 개발에 성공한 뉴스페이스 기업인 것이다.
 
과거에는 정부 사업을 수주한 우주기업이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면, 뉴스페이스 기업은 경상이익을 늘리기 위해 사업모델을 만들고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한다. 가치사슬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Relativity Space社는 3D프린팅으로 제작한 발사체의 비행에 성공했지만 상단 점화 문제로 궤도투입에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투자금과 발사계약 문의가 늘어난 이유는 공장 자동화로 고정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Relativity Space社의 서비스가 안정화되기 전인데도 이들이 향후 제공할 서비스를 근거로 투자 유치에 성공, 기업을 설립한 사례도 있다.
 
수평 계열화는 뉴스페이스의 또 다른 특징이다. 미국은 20,000㎞ 높이에 30여 개의 GPS 위성을 설치하고 정밀도 20m급의 서비스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10㎝급은 군에게만 제공한다. 이는 기업이 위성을 제작하고 정부가 위성과 지상국을 소유하는 전통적 방식이 잘 작동한 사례 중 하나이다. 하지만 20m급의 정밀도로는 승용차의 완전 자율주행이나 농업기계의 자동화와 같은 민간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 이 같은 경우 GPS의 사용자가 단순 수혜자일 뿐, 이해관계자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민간에서 지상 장치를 사용하여 위성 데이터를 추가하거나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하고 자체적인 GPS를 마련할 수 있다. 저궤도 군집 운용을 기반으로 10㎝급의 정밀도를 갖는 GPS를 제안한 기업이 등장했으니, 이미 저궤도를 돌고 있는 수천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통해 위치정보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최종 사용자의 구독 여부와 멤버십 방침에 따라 맞춤형으로 정밀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필요한 것은 민간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애자일 방식으로 B2C에 적합한 서비스를 내놓는 일이다. 최종 사용자에게서 나온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개발방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혁신적인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업모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뉴스페이스 기업 Planet은 본인들의 위성과 다른 해상도를 갖춘 신생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이종 군집위성을 구성하고 지구관측 분야의 시장을 석권하였다.
 
뉴스페이스가 내놓은 신규 서비스는 B2G 서비스를 대체하기보다 B2B와 B2C 영역에서 보완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지구 전체에 관한 영상 데이터가 필요하면 유럽 연합이 제공하는 코페르니쿠스 지구관측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하거나 Planet의 구독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 코페르니쿠스를 구성하는 위성은 대형 고성능 탑재체를 사용한다. 이는 기후변화 예측이나 지구환경 모니터링 등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촬영 빈도가 5~6일에 한 번이고, 넓은 지역을 관찰하는 임무를 수행하느라 유연성이 부족하다. 발사서비스가 상업화 되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기회가 증가하자 Planet은 200여 개의 큐브위성에 카메라를 탑재, 매일 1회 이상 범지구적 이미지를 촬영하는 사업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뉴스페이스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화두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주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우주쓰레기가 급증했다. 현재 우주공간에는 27,000개가 넘는 쓰레기가 떠돈다. 하지만 이들을 처리하는 기업이나 국가의 활동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쓰레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주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 공유 공간인 우주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면 정책적 지원, 기술적 혁신,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낸 주체를 대상으로 벌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처리 비용을 감당하자는 사업모델도 등장했다. 이제 우주 분야는 전통적인 개발방식인지 아닌지를 논의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기주 필자 주요 이력

▲미국 메릴랜드대 박사 ▲전 미국 올드도미니언 대학의 항공우주공학과 조교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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