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집값 하락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7개국의 주택 시장을 분석한 결과 세계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던 광범위한 집값 하락세가 전환점(터닝포인트)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들 나라의 3분기 명목 주택 가격이 전 분기보다 2.1% 올랐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초 절반 이상에 달했던 집값 하락을 기록한 국가는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한동안 고금리에 짓눌려 있던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부동산 경제학자 앤드루 위샤트는 “이 지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바닥을 쳤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집값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일부 나라의 집값이 추가 하락할 수는 있으나, 최악의 상황은 끝난 것으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2022년 말부터 세계 부동산 시장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OECD 가입국의 주택 가격은 2022년 4분기에 전분기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었다. 이는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명목 상승률이었다.
그러나 올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치솟으면서 주택 시장 침체가 완화되거나 반전됐다. 실제 선진국 대다수의 부동산 시장은 상승 전환했거나 하락 속도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T로웨프라이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토마스 비엘라덱은 “많은 나라에서 주택 가격이 바닥을 찍었으며, 또한 많은 곳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탄탄한 고용 시장 및 강력한 경제 성장으로 주택 가격이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5.2%나 올랐다. 호주와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한국 집값은 안정되는 모습이다. 유럽은 지난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명목 집값이 0.8% 상승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1% 밀렸다.
세계 주택 시장의 침체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완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지난해 주택 시장이 6% 올랐을 것으로 봤는데, 이는 이전 전망치인 5% 위축에서 크게 상향 조정한 것이다. 영국 주택 시장 추정치는 이전 예상치인 7% 위축에서 2% 위축으로 하락폭을 줄였다.
FT는 “미국, 호주, 영국을 포함한 일부 나라의 경우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탄력성을 보였다”면서 “이번 주택 시장 조정으로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나타났던 큰 폭의 집값 상승을 되돌리진 못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피치는 극심한 주택 시장 침체를 겪는 중국의 경우 앞으로 2년 동안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중국의 부동산 투자 수요가 사라진 점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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