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작' 롬, 출시 앞두고 소송 휘말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롬은 27일에 한국·대만·일본 등 전 세계 10개 지역에서 동시 출시된다. 롬은 '에오스 레드'를 제작한 신현근 대표를 중심으로 MMORPG 전문가들이 모인 레드랩게임즈 신작으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유통·운영)을 맡았다. 전 세계 이용자가 참여하는 전장을 콘셉트로 한 하드코어 MMORPG이다. 전략적 전투가 요구되는 영지전과 공성전, 1대1 거래와 같은 자유도 높은 경제 시스템 등이 최대 장점으로 지목됐다.
애초 업계에선 롬의 흥행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증권가에선 롬이 올 한 해 1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봤다. 단 이를 위해선 기존 '리니지류'를 벗어나 차별화된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던 중 엔씨소프트가 지난 22일 롬이 "자사 게임 '리니지W' 콘셉트와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을 무단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엔씨는 롬의 △게임 콘셉트 △주요 콘텐츠 △아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연출 등이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게임 구성 요소의 선택·배열·조합 등)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레드랩게임즈는 다음날 입장 발표를 통해 "엔씨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은 오랫동안 전 세계 게임에서 사용해 온 '통상적 게임의 디자인'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기존 MMORPG와 차별화된 재미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은, 롬이 출시 전 '리니지류'와 관련된 소송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충분히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실적 개선 악영향 받나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는 경영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애초 레드랩게임즈에 전략적 투자까지 진행하며 롬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후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선보인 MMORPG '아키에이지 워'와 '아레스'가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면서, 분위기 반전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이에 롬으로 흥행 초석을 다지고, 상반기 중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가디스오더'와 캐주얼 RPG '프로젝트V'를 연이어 선보이며 실적을 담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오딘'을 비롯해 '아키에이지 워', '에버소울' 등 기존 게임의 글로벌 버전도 예정돼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전략을 우호적으로 바라봤다. 신작에 기존 흥행작의 글로벌 론칭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롬 출시 효과가 본격 반영되는 2분기부터 본격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롬의 흥행이 가로막힐 경우, 결국 작년과 비슷한 악조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45억원으로 직전년보다 58%나 줄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 실적이 반등하려면, 기존작의 매출 하방 확보와 신작 흥행이 담보돼야만 한다"며 "롬이 출시 전 소송전에 휘말린 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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