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유럽 등 각국의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1년 뒤 그 둔화세가 주춤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물가 안정화 막바지인 '라스트마일(last mile)' 단계에서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달라 정책금리 인하 시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7일 한은은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제하의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 미국, 유로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은 에너지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작년 중반까지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최근 그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정점을 찍고 1년간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빠르게 둔화됐다. 그러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고 있다. 실제 미국은 물가상승률이 2022년 6월 9.1%를 찍은 후 작년 6월 3.0%로 떨어진 뒤 다시 3%중반으로 올랐고 1월 시장 예상치(2.9%)를 상회한 3.1%를 기록했다. 유로 지역도 2022년 11월 10.6%작년 11월 2.4% 낮아졌으나 올 1월 2.8%로 반등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공통적으로 주춤한 배경에 중동 사태에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국별로 차별화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미국의 경우 견조한 고용상황에 근원서비스 물가 상승모멘텀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로지역은 높은 임금 오름세가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고 있다. 한국은 내수 압력 약화로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 모멘텀이 주요국 대비 낮지만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실제 작년 3분기 물가상승률이 1.4%포인트 급등한 배경에는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비용상승 누적 압력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한은은 인플레이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물가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곧 각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측은 "물가 둔화 속도는 라스트마일에서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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