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들어 ‘1·10 부동산 정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여의도 면적 17배의 역대 최대 규모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등 잇따른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일련의 규제 완화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서울시의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몇 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지역 주민들은 부동산 투기 등을 막기 위한 이 조치가 현재 침체된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26일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압여목성)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도래한다. 이어 삼성·청담·대치·잠실동 등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6월 22일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압여목성’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21년 4월부터 3년째 유지되고 있고 강남권 구역은 2020년 6월부터 4년째다.
목동5단지 공인중개업자는 "지난해 조금씩 오르던 부동산 거래가 다시 확 줄어들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거지역은 6㎡, 상업지역은 15㎡ 규모를 초과하면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부동산 계약이 가능하다. 토지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를 해야 거래가 가능하고,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자금 출처와 구입 목적 등에 대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도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연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실거주자들은 허가만 받으면 거래를 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수요 방지를 위해서라도 구역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투기수요가 늘어나며 거래량도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삼성·청담·대치·잠실동에 위치한 빌라 등 비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들 지역의 비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거래량이 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삼성·청담·대치·잠실동에 위치한 빌라 거래량은 해제 전인 지난해 7월 1건을 비롯해 8~10월 석달간 17건에 불과했으나, 해제 후인 지난해 11월 18건, 12월 27건으로 거래가 증가했다. 올해도 1월에 13건의 거래량을 보였다.
당장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 토지거래구역 해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도 각종 규제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 등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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