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이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을 손보기 시작했다. 향수가 바로 그 전환점이다.” (중국 매체 란징차이징)
지난 9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뷰티 기업 로레알이 올해로 다섯 살이 된 중국 토종 향수 브랜드 관샤(觀夏·To Summer)의 지분을 사들였다. 토종 브랜드의 약진으로 세계 화장품 시장 2위인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입지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향수 시장을 반전 모색의 기회로 본 것이다.
알리바바 산하 전자상거래업체 톈마오(티몰)가 공개한 작년 1~11월 화장품 판매 통계에 따르면 상위 100곳 화장품 브랜드 중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37%로,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한국(-2.16%)과 일본(-2.87%), 미국(-0.6%), 유럽(-0.6%) 브랜드의 점유율 하락 수치를 합한 것과 거의 일치한다. 로레알이 전략 전환을 꾀한 이유다.
로레알이 선택한 中 향수 브랜드
이번 투자 소식은 로레알의 연간 실적 보고서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로레알이 소수 지분 투자 내용을 해당 보고서에 포함한 건 60여년 만에 처음이다. 파브리스 메가르반 로레알 북아시아 총괄사장은 “관샤에 대한 투자는 올해 북아시아 시장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들은 향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현재 향수는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가장 빠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동방의 향기’라는 키워드와 중국의 미학을 살린 독특한 디자인의 향수병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한 덕분에 관샤는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창업자의 소셜미디어 웨이신(위챗) 펑유취안(朋友圈·모멘트)에 제품을 게시한 것만으로 첫날 1000개를 팔아치우는 대박을 터트렸다. 2020년 말에는 ‘베이징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싼리툰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나갔고, 현재는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선전·항저우·난징·청두 등 중국 9개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2021년에는 매출 1억4000만 위안(약 259억원)을 달성했고, 재구매율도 60%를 넘기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선리 관샤 창업자는 로레알 투자와 관련해 “로레알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뷰티 시장에서 쌓아온 연구개발과 혁신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해외 브랜드 점유율 아직 높아...중국풍 입혀 '中心' 공략해야
사실 로레알은 지난 2022년에도 중국 토종 향수 브랜드 원셴(聞獻·Documents)의 지분을 일부 사들였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창업자가 2021년 설립한 원셴은 관샤와 함께 중국 향수 브랜드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두 브랜드는 중국 향수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는 점유율을 조금씩 뺏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두 브랜드의 성공 이후 중국 향수 브랜드들이 빠르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 매체 21세기경제망이 조사한 결과 2016년 이전에는 중국 향수 브랜드가 매년 3~5개 생겨났다면 2017~2019년에는 9~10개, 2020~2022년 기간 중에는 50개 이상 탄생했다.
다만 중국 화장품 시장 전반의 흐름과는 달리, 향수 시장 점유율은 아직 해외 브랜드들이 압도적으로 높다. 톈마오 입점 향수 브랜드 중 판매 상위 20개 브랜드의 90%가 해외 브랜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브랜드 중 25%가 관샤처럼 동방의 향을 키워드로 하는 향수 시리즈를 출시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자체 이미지를 고수하기보다는 중국풍을 최대한 접목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향수 사랑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쳰잔(前瞻)산업연구원은 2023~2028년 기간 중 중국 향수 시장의 복합 연간 성장률이 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유럽 화장품 시장의 향수 침투율이 45~50%에 달하는 반면 중국은 아직 5~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들이 로레알의 전략을 참고해 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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