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부실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금융권 곳곳에서 관련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연체율이 5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고, 10개월 연속 가계대출이 오름세를 보이는 등 금융권 부실 전조증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올해 추가적인 정책모기지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관련 수치들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금융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연체율 고공행진…회수 포기 대출 2조원 육박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0.38%를 기록했다. 전월 말 대비 0.08%포인트(p)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13%p 상승했다. 12월 말 기준으로 2018년 말 0.40% 이후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가계 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0.11%p 상승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23%로 전년동월대비 0.08%p 상승했다.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 연체율 역시 0.20%p 올랐다.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도 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1000억원) 오름세로 전환된 뒤 △5월 2조6000억원 △6월 3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8월 6조1000억원 △9월 2조4000억원 △10월 6조2000억원 △11월 2조6000억원 △12월 2000억원 등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오름세를 주도한 건 은행권 가계대출이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는 전월(5조1000억원 증가) 대비 증가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4조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조6000억원 감소하며 전월(2조9000억원 감소) 대비 감소 폭이 축소됐다. 상호금융권과 보험업권은 각각 2조5000억원, 5000억원 감소했고, 여전사와 저축은행권은 각각 4000억원, 1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최근 신생아특례,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향후 가계대출 잔액 및 연체율 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이번주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책모기지 상품에 해당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가계대출 수요가 지속해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생아특례 상품을 출시했다. 아울러 최대 3% 중반대 금리가 적용되는 보금자리론을 내놓기도 했다. 보금자리론은 대출 한도가 최대 3억6000만원으로 이전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보다 관련 한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3억원 이상의 대출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대손충당금 쌓고 있지만…실적·주가 하락, 유동성 악영향 우려도
이에 금융지주들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며 관련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채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금융당국 역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등 관련 움직임에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금감원이 자율적 협조 요청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했지만, 이제는 충당금 적립수준이 부족한 은행에 대해 금감원이 추가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다만 충당금은 이익을 떼 쌓아두는 구조여서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은행권 일각에선 충당금을 지속 늘리고 있지만 어느 선까지 관련 수치를 늘려야 하는 건지 볼멘소리도 감지된다. 4대 금융그룹은 이미 지난해 연간 총 8조9931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2022년 대비 73.7% 늘렸다. 여기에 충당금을 늘릴수록 수익성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과 유동성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충당금을 늘리면 순이익이 그만큼 감소해 배당 감소는 물론 주가 하락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아울러 실적 하락세는 은행들의 유동성을 과도하게 압박, 사업 다각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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