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내 주식도 쪼개지나?" 기업분할 공시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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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4-0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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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공시 중 하나로 기업분할 공시가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분할 후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모멘텀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지 걱정도 합니다. 분할 목적에 따라서 주가가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분할 종류와 성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효성은 기존 지주사 효성을 인적분할해 새로운 지주사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홀딩스USA·효성토요타·광주일보사·효성글로벌로지틱스 등 6개사에 대한 출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새로운 지주회사인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친 뒤 7월 1일부터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 효성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현주 회장은 존속지주회사 효성을 중심으로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엔에스 등 계열사를, 조현상 부회장은 인적분할한 6개 계열사를 이끌 방침입니다.
 
이번 효성이 추진한 인적분할은 기업분할 종류 중 하나입니다.
 
우선 기업분할이란 출자형식으로 이뤄지는 분사제도와 달리 회사의 특정사업 부문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면서 자본과 부채까지 나누는 것을 가리킵니다. 보통 새로 생기는 사업부를 신설회사, 기존 회사를 존속회사로 구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쉽게 진행하기 위해 1998년 상법이 개정되며 기업분할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구조조정 외에도 모기업과 주력 사업부와 다른 방향의 사업부를 독립시킬 수 있고, 회사를 매각하거나 인수합병(M&A)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분할 목적은 크게 기업 가치제고를 위해서 진행되거나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뤄집니다. 또한 비대해진 사업구조를 분할해서 관리, 운영, 투자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는 장점을 가집니다.
 
종류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뉩니다.
 
인적분할은 신설회사 주주 구성비율이 존속회사 주주 구성비율과 동일한 것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A회사의 주주인 갑, 을, 병이 각각 50%, 30%, 2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A회사가 인적분할을 통해 A회사, B회사로 나눠질 경우 갑, 을, 병은 B회사에서도 50%, 30%, 2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존속회사, 신설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수평적 분할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이에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비교적 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적분할은 존속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A회사를 분할해 B회사를 신설할 경우 A회사가 B회사 지분을 전부 보유하고 있다면 물적분할로 볼 수 있습니다.
 
물적분할의 장점으로는 분할되는 사업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게 꼽힙니다. 또한 특정사업만 골라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부분 효율적인 투자전략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지분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악재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 있습니다. 2020년 LG화학은 자사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분할 신설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물적분할 발표 당시 LG화학 기업가치 대부분이 배터리 사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시장에서도 배터리 사업이 빠진 LG화학 기업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때 100만원을 호가하던 LG화학의 주가는 현재 46만원대로 절반에 못 미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부분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상장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반감이 비교적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물적분할하는 기업은 많지만 소액주주 집단소송 등으로 신설회사가 상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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