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인터넷 카페,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결집하며 실력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연초부터 공세에 나섰던 행동주의 펀드들은 해당 기업들과 대화에 초점을 두며 한발 물러서고 있어 대비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사이드코리아' '액트' 등 주주 행동주의를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달 주주총회 개최를 예고한 상장사 대상 주주제안 캠페인이 활발하다. 상법상 의결권 없는 주식 외 발행 주식 총수 중 3% 이상 소유했거나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이사에게 일정 사항을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는 권리인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15일 주주총회를 앞둔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 김기수씨는 비사이드에서 회사 정관 변경, 이사 보수와 퇴직금 조정 등 이사 책임 경영과 주주 관여 활동을 보장하는 주주제안을 내놨다. 김씨는 앞서 다올투자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포트폴리오 확대 과실을 경영진에게 돌리고, 리스크 관리 실패 피해를 주주들이 감당케 한 점을 비판하며 소액주주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 중이다.
소액주주가 대기업 그룹과 계열사 간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로 나선 사례도 있다. 비철금속 제련 업체 고려아연은 19일 주주총회 안건 중 기말 배당과 정관 변경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는 모회사 영풍과 맞설 예정이다. 양측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0% 초반으로 엇비슷하다.
고려아연은 앞서 현대차, 한화 등 협력사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우호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전체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소액주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월 29일부터 소액주주 운동 플랫폼인 액트에서 고려아연에 의결권 전자 위임을 권유하고 관련 요령을 안내 중이다.
결집하는 소액주주들과 달리 과거 실력 행사에 나섰던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은 부드러워졌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작년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주주 활동을 벌인 데 이어 올해 7개 상장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주주환원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주총을 앞두고 어느 정도 요구가 수용되자 별도 주주제안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외 다른 기업에는 따로 주주제안을 하는 대신 캠페인 대상 기업과 요구사항을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주주제안 캠페인을 벌여 온 KCGI자산운용은 작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기이사 사임 후 임시주총을 긴급 소집해 회사가 주주제안 경로를 막았다고 비판했으나 이번엔 주주제안할 사안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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