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비명(이재명)·친문(문재인)계 의원들을 겨냥한 공천 배제(컷오프)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을)과 대표적 '비명계' 설훈 의원(5선·경기 부천을)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른바 '민주당 탈당파'를 규합하는 임시 텐트 '민주연대'를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등장한 '친박(박근혜) 무소속 연대'처럼 컷오프된 의원들의 느슨한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3일 본지에 "지난 2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다"면서 "오늘 설훈 의원과 홍영표 의원과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7일 당에서 서울 중·성동갑 공천이 배제됐다. 설 의원도 이튿날 28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반발하며 탈당했고, 홍 의원은 지난 1일 당지도부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컷오프가 확정됐다.
당초 이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에서 4월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민주세력의 결집과 확장을 위해 긴급히 해야 할 일이 생겼다"고 일정을 연기했다. '민주세력의 결집과 확장'은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들과의 연대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 '반이재명 공동전선'을 펼칠 이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총 254개 지역구 가운데 70~80% 가량 공천을 마무리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 2일 인천 계양을에 이재명 대표, 경기 시흥을에 조정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공천을 마무리했다. 비명계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윤건영(초선·서울 구로을) 의원도 공천을 받았고, 전해철(3선·경기 안산 상록갑) 의원은 2인 경선을 치르게 됐다.
막판에 '계파 갈등' 완화에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부터 당을 지켜온 '동교동계' 원로들은 4일 국회에서 이 대표의 '일방향' 공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예정이다. 지난달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국회부의장은 이날 국민의힘에 입당한다.
이재명 대표의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는 발언 이후 현역 의원 탈당이 더 늘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탈당한 의원들이 바로 민주당에 거리를 두기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향후 민주당 복귀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이) 지난 2008년 '친박 무소속 연대'처럼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친이(이명박)계의 '공천 학살'에 항의해 탈당했던 친박계 인사들은 대거 '무소속 연대'(친박연대)로 출마해 생환한 바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86운동권 용퇴론은 이미 공천 시작되기 전부터 당내에서 나온 얘기"라면서 "(당에서) 이들을 몰아내더라도 (이들이) 항변할 수 있는 명분이 약하다"고 부연했다. 컷오프된 이들이 탈당하기보다 일단 당에 남아서 4월 총선 이후를 바라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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