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한국 문명과 문화에 대한 콘텐츠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걸 항상 느꼈습니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사진기자로 33년간 근무한 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 가슴 한쪽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1975년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지 45년 만인 2020년 6월 그가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다.
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는 지난 2월 26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영어 문화권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고, 한국에 대한 정보도 식민지를 겨우 탈출한 신생국가 정도로 왜곡됐다는 점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미국에서 사는 나에게 모욕적이었다”고 털어놨다.
1993년 LA 4·29 폭동 보도 사진, 199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스캔들 보도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한인 최초로 수상한 그는 항상 새로운 길을 향해 주저 없이 나아갔다.
이라크 전쟁, 9·11 테러 등 국제적인 뉴스 현장을 누볐고, 6·10 민주 항쟁, 1988년 서울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다. 1987~1988년에는 한국에 머물며 취재한 순간들을 모아 사진첩 ‘민주화의 현장: 6월 항쟁에서 올림픽까지’를 펴냈다. 1995년과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 삶을 취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한국 문화를 기록하고 이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객관적인 역사적 사료를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어떤 자본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자비로 한국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2년 발간한 책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에는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이 담겨 있다. 약 2400년 전 고조선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21.2㎝ 청동거울인 국보 ‘정문경’과 ‘성덕 대왕 신종’ ‘울주 반구대 암각화’ 등을 찍었다.
한글의 위대함도 강조했다. 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는 “한글은 우리가 발음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를 표현한 문자”라며 “전 세계 7000개 넘는 언어 중에 유통되고 있는 언어가 200개 정도 된다. 그중 단어가 가장 많은 언어”라고 짚었다.
훈민정음 알리기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잘 알려진 영원아웃도어 성기학 회장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는 “훈민정음에 있는 문자를 다 안 쓰는 점이 안타까워서 직접 옷을 만들었다”며 “성 회장에게 선물했더니 너무나 좋다며 향후 상품화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옷에는 지금 쓰는 글자는 아니지만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에서 예시를 든 글자가 담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선 왕들은 대부분 창경궁에 살았는데 세종대왕은 경복궁에 살았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살았던 경복궁 광화문 현판은 최소한 한글로 쓰는 것이 맞다”며 “우리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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