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고, 다양성 늘리고···'거수기 이사회' 새바람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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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4-03-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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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사외이사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고,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강해지자 이에 발맞춰 사외이사진을 확대하거나 여성 비중을 늘리는 등 새 바람이 일고 있다.

    여기에 여성 사외이사도 1명이고, 대부분 지주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지낸 금융업계 출신이 많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JB금융지주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로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증원 안건 등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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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하나, 나란히 여성 사외이사 비중 늘려

  • 지배구조 선진화 위한 모범관행 제시한 당국

  • "주총 전 로드맵 제출하라" 압박에 선제 대응

  • "급진적 변화 대신 중장기적 그림 그릴 필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사외이사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고,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강해지자 이에 발맞춰 사외이사진을 확대하거나 여성 비중을 늘리는 등 새 바람이 일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기보다는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달 열릴 주주총회에 앞서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먼저 우리금융은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송수영 사외이사를 대신해 박선영 동국대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기존 6명이던 이사회는 7명으로 늘어나고, 여성 비중은 16.6%에서 28.5%로 늘었다.

하나금융에서도 최대 임기를 채운 김홍진·양동훈·허윤 등 3명을 모두 교체하고 사외이사 1명(8명→9명)을 추가 선임키로 했다. 윤심 신임 사외이사가 추가돼 여성 사외이사 비중(22.2%)도 20%대로 올라섰다. 신한금융 역시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안 등에 변화를 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는 앞서 금융당국에서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모범관행을 제시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당국은 금융지주들의 '황제 경영', '셀프 연임' 등을 강력히 비판해 왔고, 시장 내에서도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이 사실상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올바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한 30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모범관행의 대원칙은 '자율적 개선'이다. 하지만 당국은 정기검사에서 활용하는 '경영실태평가'에 모범관행 준수 정도를 반영해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모범관행 로드맵을 세워 주총 전으로 제출해야 한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완전한 강제는 아니더라도 당국에서 지주·은행이 알아서 하게끔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모범관행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보겠다"고 언급했다.

지방 금융지주도 예외는 없다. BNK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도 가장 적은 6명의 사외이사진을 꾸리고 있다. 여기에 여성 사외이사도 1명이고, 대부분 지주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지낸 금융업계 출신이 많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JB금융지주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로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증원 안건 등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업권을 보다 길게 보고 지배구조를 바꿔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모범관행 정립을 위해 급격한 변화를 가져가다보면 되레 금융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7명 중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한 KB금융의 경우 연임이 불가한 김경호 사외이사 대신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임기가 걸린 기존 3인의 사외이사진은 1년 중임 후보로 재추천됐다. 농협 역시 큰 변화 없이 현 사외이사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대한 금융당국의 기준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이사회 구성을 고민 중"이라면서도 "당국과 지속적인 소통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올바른 견제·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되레 다른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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