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10년 거주할 경우 개인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값 안정과 주택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토지임대료의 가격이 더 오르면 장점이 사라지는 데다, 거래 과정에서 과도한 프리미엄이 생기면 서민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토지임대주택 도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년 거주하면 토지임대부 주택 개인 간 거래 허용...주택법 개정안 입법예고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의 시행령·규칙이 입법예고됐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낮춘 주택이다. 토지를 빼고 건물만 분양을 받다 보니 좀 더 싸게 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어 '반값 아파트'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개인 간 거래가 불가능하고, 반드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 매각해야 한다는 규제가 있어 주택 시장에서 활발히 공급되지 못했다. 분양받은 사람이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집값 안정에 긍정적 영향...과열 경쟁 등 부작용 우려도"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활성화되면 주택 공급은 물론 집값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서민 주거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낮아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적고,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있어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그 위에 지어지는 건축물만 분양하는 주택의 특성상 공급가를 낮출 수 있어 인근 주택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다. 특히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돼 실수요를 목적으로 하는 청년층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사전청약을 진행한 마곡10-2단지 전용면적 59㎡(단일평형 공급)의 추정 건물 분양가는 3억1119만원, 추정 토지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인근에 위치한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59㎡가 지난 9월 10억8500만~11억3000만원에 거래된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저렴하다.
이에 매달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는데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흥행가도를 달려왔다. 지난 1월 사전청약을 진행한 마곡지구 16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273가구 모집에 8378명이 신청했다. 경쟁률은 31대1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사전청약을 진행한 마곡지구 10-2단지 역시 260가구 모집에 1만8032명이 지원해 특별공급 경쟁률 53대1, 일반공급 경쟁률 133대1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매제한이 풀린 뒤 주택을 사는 사람 역시 토지임대료를 내야 하긴 하지만 시세차익이라는 장점으로 상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자유롭게 개인 거래가 가능해지면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할 때 유리하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설 수 있다"며 "토지임대부 주택 특성상 도심에 주로 공급되기 때문에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이 발생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서민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대표는 "정해진 가격이 아니라 경쟁이 더 치열해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어 서민 주택공급이라는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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