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이 공고화되면서,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이 인공지능(AI) 군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중국에 뒤처질라 미국이 AI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협동전투기(CCA)로 불리는 AI 기반 무인전투기 개발을 위해 올해 여름까지 방산업체 2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제너럴 아토믹스, 안두릴 등 주요 미 군수업체들이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 미 공군은 향후 5년간 AI 무인기 사업에 총 600억 달러(약 80조원)의 예산을 할당할 방침이다.
미군은 이미 전쟁에서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홍해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군은 홍해나 예멘의 미사일 발사대 위치를 파악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 중이다. 또한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월 이라크와 시리아에 공습을 가할 때 AI 기술을 이용해 목표물을 정했다. 미 국방부는 AI 기술 개발을 위해 2024년 예산에서 약 30억 달러(약 4조원) 할당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전에서 AI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투하할 장소를 정하기 위해 ‘복음’이란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이 AI 무기는 약 12일 동안 최대 200개의 공습 목표물을 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군이 AI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국 견제 차원 성격이 강하다. 특히 미 의회와 매파 싱크탱크들은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군이 빠르게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딥러닝 등의 기술에서 앞서고, 이러한 역량을 군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한다”고 짚었다.
미 육군 연구 관계자인 톰 호킨스와 알렉산더 코트는 미국 육군 사관학교 산하 연구 센터인 모던워인스티튜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이 AI를 군사 무기에 통합하는 데 박차를 가하면서 “우리는 무자비한 것, 잠들지 않는 것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견제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AI 군사적 사용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10월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단행한 바 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인민해방군 지원 관련 기업 리스트에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로 꼽히는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안면 인식회사 등을 올렸다. 중국의 AI 무기 개발을 돕는 기업들을 주시하는 것이다.
다만, 윤리적 문제 등 AI 군사 무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하다. 미군은 2017년부터 ‘프로젝트 메이븐’이란 AI 무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런데 2018년에 파트너 중 한 곳이었던 구글이 엔지니어들의 반발로 인해 관련 사업에 손을 뗀 바 있다. 살상 무기에 기술을 제공한다는 데 대한 내부 비판이 강했다. 현재 메이븐 프로젝트에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 12곳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