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성 대표 체제로 변신한 KB자산운용에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몰두하고 있지만 사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김영성 KB운용 대표의 취임 이후 삼성자산운용 출신들이 실장, 본부장, 상무 등 주요 보직에 임명되는 등 ETF 본부에 대한 체질 개선을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삼성자산운용 출신으로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매니저,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 대표의 영입 인물 '1호'는 김찬영 KB운용 사업본부장(상무)이다. 김 상무는 KB운용에 오기 직전 한국투자신탁에서 디지털 ETF 마케팅 본부장으로 재직했다. 직전 기업이 한투운용이지만, 2015년부터 삼성자산운용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홍콩 ETF 운용사인 프리미아파트너스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한투운용 재직 당시 김 상무는 2022년 한투운용이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주도하는 등 현재 ACE ETF의 브랜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상무에 이어 실장급 한명도 타 운용사에서의 이동이 예정돼 있다. KB운용은 새로 오는 한명의 실장급 인사를 위해 기존 본부장을 실장으로 강등시킨 뒤 다른 부서로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실장급 인사 역시 삼성자산운용 출신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의 한 직원은 “기존 본부장 밑에 있던 실무진들은 일한 것 대비 인사 결과는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폭파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많이 동요하는 분위기로 종전 ETF 운용 매니저들이 타 증권사에 단체로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내부 잡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조직개편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KB운용의 낮은 ETF 시장점유율이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B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위로 업계 전체로 놓고 보면 7.5%에 불과하다.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40.45%, 36.76%로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5.3%)과 비교해도 2.2%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김 대표는 1월 취임사에서 “자산운용도 ETF가 중심이 됐고 지점 판매보다는 온라인 판매 등으로 판매 채널이 변화했다”며 “ETF 성장을 위해 본부 간 시너지가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TF 본부 뿐 아니라 채권운용본부에도 삼성자산운용 출신들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운용본부에서는 삼성자산운용 출신의 유영재 본부장이 새로운 KB운용 채권운용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KB운용의 대표 상품이 채권 ETF인 만큼, 본부장급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운용에서 데려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B운용 관계자는 "KB운용 ETF 본부는 총 27명으로, 삼성운용 출신 인물은 극히 드물다"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도기 현상일 뿐, 이번 조직 개편 문제로 나간 직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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