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유가 상승과 공급망 충격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사실상 방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자국 우선주의는 지난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대미 수출 전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가능성 고조…짙어지는 우선주의 그림자
7일 미국 정가에 따르면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4년 만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까지 전국 단위 591개 여론 조사 결과를 취합한 결과 양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균 45.6%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을 2.1%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601억 달러 규모의 지원 방안이 공화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아예 끊길 수 있는 탓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도 사실상 방치돼 중동 지역 분쟁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 결과 유가가 오르고 공급망 분절화가 심화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 2016년 85.9%에서 2021년 59.8%까지 낮아졌다가 2022년 러·우 전쟁 발발로 재상승하는 추세다.
국내 수요가 많은 두바이유 가격은 이달 들어 배럴당 82~84달러 사이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유가 상승은 여전히 불안정한 물가를 더욱 자극해 내수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수출 경쟁력도 갉아먹을 수 있다.
러·우 전쟁 여파로 전 세계를 긴장하게 만든 공급망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집권 후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진영 간 경제 블록화가 공고해져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가 최대 피해국이 될 수 있다.
대미 수출 '비상'..."반도체·AI는 호재" 전망도
수출 플러스 전환을 견인하던 대미 수출도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 부활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157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미국은 18년 만에 중국에 이은 2위 수출국으로 재도약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445억 달러로 주요 10개국 중 가장 많았다.
지난달에도 대미 수출액은 전년보다 9.0% 늘어난 98억 달러로 2월 기준 최대치를 찍으며 대중 수출액(96억5000만 달러)을 넘어섰다. 대미 수출액은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수요 급증에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도전 공약 모음집 '어젠다 47'을 통해 10% 수준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조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자동차와 부품, 반도체 산업 등을 지목했다. 주력 품목의 대미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트럼프 정부가 저물가·저금리·저유가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3저(低)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선에 성공하면 경제 정책 1순위는 물가 완화"라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교체를 통해 저금리 전환 압박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증시에서는 AI 관련주인 반도체와, 성장주 등이 수혜 대상"이라며 "인터넷·헬스케어 업종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면 자동차와 이차전지를 비롯한 국내 수출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과 기후위기 대응 분야 정책 수혜주의 성장동력이 위축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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