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가 심화되는 저출생·고령화로 금융권 내 입지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의 변형을 통해 활로 개척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과당 경쟁'이라는 당국 판단에 부딪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생명보험산업의 생존을 위한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 신계약의 월평균 금액이 19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명보험 신규 계약액 관련 통계 비교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밑돈 것이다. 신계약이 줄어들면 생보사의 수익 감소는 물론이고, 장기적 자산 운용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 생보사들은 장기 종신보험을 단기납으로 변형해 활로 개척에 나섰지만, 당국이 이에 대한 제재를 예고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종신보험은 죽은 뒤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다. 사실상 생보업계 상징적 상품이지만, 최근 저출생과 인구 고령화로 수요가 떨어지자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말 그대로 5·7년 단기로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시점이 되면 120% 이상의 보험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환급률이 100% 넘겨 손해가 예상될 수 있지만, 120%대 수준에선 자체적으로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고 비교적 높은 판매율로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보험권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도 보장성인 단기납 종신보험은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IFRS17에서는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미래 수익성 가늠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의 비중이 크다. 만기 시점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은 시가 지출을 커지게 해 CSM을 낮아지게 하고, 보장성보험은 CSM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당국은 최근 생보사들이 환급률을 잇따라 올리며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추후 생보사들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보장성 성격을 띠는 종신보험이 높은 환급률로 인해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해당 상품 판매 증가에도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도출할 예정이다. 보험권에선 현재 120%대 초중반인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10%대로 내리는 안을 유력시하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으로 활로를 뚫으려던 생보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납 상품을 규제하려면 시니어 케어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손보사와 생보사 간 상품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손보사 순익이 생보사를 역전한 지 이미 오래"라며 "시니어 케어, 헬스케어 등 생보업계 신사업 진출과 수익기반 다각화를 위한 당국의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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