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보기에 엇박자 배당] '밸류업 프로그램' 우왕좌왕…"당국이 판 깔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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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3-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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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상장기업 자율적 밸류업 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성향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불확실한 금융 상황을 이유로 대손충당금 확대를 요구하면서, 또 다른 반대편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배당성향 확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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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산건전성 강화 vs 주식가치 제고 해결책 정면충돌

  • 자사주 매입·소각, 민간모태펀드 투자 등 지원 나서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상장기업 자율적 밸류업 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상장기업 자율적 밸류업 지원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성향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불확실한 금융 상황을 이유로 대손충당금 확대를 요구하면서, 또 다른 반대편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배당성향 확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배당과 관련해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주요 금융사들이 어떤 방향성을 선택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금융사 배당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금융산업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배당 대신 대손충당금 적립, 상생금융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올해도 금융산업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는 확대되고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사들에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당국 눈치를 보느라 배당 확대에 미온적이었던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혼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들어 주가가 40~50% 이상 오르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 금융사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PF 부실 우려 등 불확실한 상황에 각 금융사들은 정부로부터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아울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권만 이자 장사로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비판에 상생금융 자금을 늘려야 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배당성향을 통 크게 늘릴 만한 여유가 없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는 충돌하는 이슈"라며 "대내외적으로 자금 이슈도 쌓여 있어 배당성향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상반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배당확대 외에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민간모태펀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이 대표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당 확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관련 비용을 기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회계처리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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