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68분간의 국정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쟁을 선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연설 전반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었다.
트럼프 '정조준'…러시아·낙태권 등 쟁점화
이번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내 마지막 국정 연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선거 모드 전환'을 알렸다고 평했다. 경제 정책, 민주주의 등 각종 주요 선거 이슈에서 본인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는 설명이다.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의 진실을 숨기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와 여기 자리한 여러분 중 일부는 1월 6일에 대한 진실을 묻으려고 하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를 대선 쟁점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나토가 돈 안 내면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급을 직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이었던 내 전임자는 푸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며 “그것은 터무니없고, 위험하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푸틴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돌풍을 일으켰던 낙태권 문제도 꺼냈다. 그는 “미국인들이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며 낙태권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다. ‘로 대 웨이드’는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로, 대법원은 재작년에 이를 폐기한 바 있다.
초부자 증세로 경제 불만 돌파…나토 가입 스웨덴 총리 등 참석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과 재산이 1억 달러(약 1320억원)가 넘는 초부자를 대상으로 한 부자 증세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연방적자 3조 달러(약 3985조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미국인들은 전에 듣지 못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면서 "미국의 컴백은 미국인의 가능성의 미래, 중산층으로부터의 경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경제를 만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15%인 법인세 최저 세율을 21%로 인상하겠다고도 약속했다.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역대급 강세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부자 증세를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세금 개혁은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지 않는 한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평했다.
이 외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아랍계 민심을 사기 위해 가자지구 해안에 임시 항구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항구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화당이 대선 쟁점으로 부각하는 불법 이민자 유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경통제 강화 법안을 저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그가 말할 때 너무 화가 난 것 같다"며 "이는 자신이 패배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썼다. "분노와 고함은 우리나라를 다시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연설에는 나토 회원국으로 공식 합류한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자리했다. 이는 나토 탈퇴를 꾸준히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손님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외에도 낙태권 폐기로 영향을 받은 이들을 비롯해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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