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음악은 마치 물처럼 계속 흐르는 것 같은 인상을 줘요. 자연을 닮은 것 같아요. 석양 또는 연무 같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색채가 음악에서 느껴집니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을 담은 새앨범 ‘생상스’를 내놨다.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인 카미유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동물의 사육제’, 모리스 라벨과 클로드 드뷔시 등의 작품에 랑랑 특유의 감성을 더했다.
랑랑은 지난 8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프랑스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은 독일이나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에 비해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영화 음악 같다는 통념이 있는 것 같다”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 재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앨범 곡들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랑랑은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를 연주한 후 “이 곡은 한국이나 중국의 음악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며 “프랑스 음악과 동양 음악이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프랑스 음악에서 자연을 느낀다고 밝힌 랑랑은 “로맨스라든지 사랑을 향한 갈구 같은 감성도 담겨있다”며 “프랑스 곡을 연주할 때는 감성에 따라 표현을 유연하게 하되 해석은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랑랑은 거주지 중 한 곳을 프랑스 파리에 마련했다. 그는 “중국이나 뉴욕을 생각해보면 매우 바쁜 도시지만, 파리는 아주 느긋한 도시로 조금은 게을러져도 괜찮은 느낌이 든다”며 “이런 부분도 앨범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280년 전통의 세계적 민간 관현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는 “존경하는 랑랑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실로 풍성한 경험이었다. 특히 이번 녹음 작업으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생상스 음악에 대해 고유한 접근방식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랑랑은 앨범에 수록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 젊은 지휘자는 ‘동물의 사육제’는 20분만 연습하고 공연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더라. 유명한 곡이라고 해도 대충해서는 안 된다”며 “세계적 지휘자인 넬슨스는 ‘동물의 사육제’ 리허설에 매우 진지하게 임해줬다. 존경한다. 더불어 생상스 곡에 대한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랑랑은 “‘동물의 사육제’에는 숨겨진 비밀과 짓궂은 장난이 많이 들어있다”며 “생상스가 동물을 상상하며 각각의 인간상을 담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들으면 재밌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앨범에는 릴리 불랑제, 제르맹 테유페르 등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프랑스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도 수록됐다.
그는 “21세기를 살고 있으니 새로운 작곡가들을 발견하고, 작품을 재발견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며 “여성 작곡가뿐만 아니라 숨어있고, 발견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의 훌륭한 피아노곡들을 우리가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는 랑랑의 아내인 한국계 독일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가 제2 피아니스트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등을 함께 연주했다.
랑랑은 “지나는 클래식과 팝 등 다방면으로 재능있는 음악가라 함께 일하면 즐겁다”면서 “농담으로 ‘우리가 무대에 올라 연주를 정말 잘하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 연주를 엉망으로 하고 내려온다면 우리는 그저 동료일 뿐이다’라고 한다”며 소년처럼 환하게 웃었다.
오는 11월 내한 리사이틀을 앞둔 랑랑은 “아주 새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쇼팽의 '마주르카'나,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가 포함될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랑랑이 2008년 미국에서 세운 랑랑 국제음악재단은 전 세계에서 피아노에 대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전문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랑랑은 “현재 재단에는 한국 출신의 어린 피아니스트도 함께하고 있다. 아주 재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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