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당국이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를 정조준한 조사·제재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 관련 국내 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입법으로 국내 기업만 역차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독점력을 남용해 시장 경쟁을 저해했는지 조사 중이다.
구글은 직접 디지털 광고를 판매하는 동시에 웹사이트와 광고주 간 중개 역할까지 맡고 있다. 실제 광고 거래소인 애드 익스체인지(AdX), 광고란 관리 서버인 더블클릭 포 퍼블리셔(DFP), 광고 구매 도구인 구글 애즈 등을 운영 중이다.
공정위는 구글이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시장에서 경쟁 업체의 진입을 막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메타가 SNS 마켓에서 '먹튀'나 '짝퉁 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한 상태다. 메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비즈니스 계정을 별도로 지정하고 상품 판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만큼 판매자의 신원을 제공하고 소비자 민원에 대응하는 등 중개업자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유튜브 뮤직의 끼워 팔기 행위에 대해서도 지난해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현재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계 플랫폼에 대한 견제에도 나섰다. 지난주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지사 격인 알리코리아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했고 동종 업체인 테무‧쉬인 등에도 조사 공문을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가 조사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런 행보가 국내 업계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연일 빅테크 때리기에 나서는 게 최근 추진 중인 플랫폼법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플랫폼법은 기존 전자상거래법 등에서 제외돼 있는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플랫폼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해 왔으나 국내 업계 반발에 부딪혀 일단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만 피해를 입고 글로벌 기업은 법망을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한다.
구글 등 빅테크에 대한 일련의 조사를 통해 불공정 행위를 밝혀 낼 경우 플랫폼법 제정의 당위성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국내 기업만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랫폼법 규제 대상과 제재 수위 등은 국내외 구분 없이 명확하고 투명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일관된 입장이다.
플랫폼법 재추진은 다음 달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가 구성된 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정위는 연내 제정 목표를 꺾지 않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개최한 특별 초청 강연에서 "공정위가 제재하더라도 이미 경쟁사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독과점이 고착화하는 등 사후 약방문식 뒷북 제재가 빈번했다"며 플랫폼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스타트업·소상공인·소비자의 부담을 야기하는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국내외 업계와 이해 관계자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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