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1킬로와트시(㎾h)당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는 153.7원으로 가정용(149.8원)보다 3.9원 더 높았다. 산업용 전기 가격이 주택용을 뛰어넘은 건 2019년(산업용 106.6원, 주택용 105원) 이후 처음이다. 이런 사례는 196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불과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2022년 이후 6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여론 반발이 덜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기업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적 악화에 비용 상승까지 더해져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BSI는 100을 하회하면 부정적 응답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전산업 업황 BSI는 지난해 9월 73에서 10월 70으로 하락한 이후 3개월간 70을 유지하다 올해 1월 69로 하락한 바 있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 대부분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2년 사용한 전력량은 각각 2만1731기가와트시(GWh), 1만41GWh에 달한다. 두 회사가 낸 전기 요금만 3조원대로 추산된다.
반면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으로 덕을 보는 구조다.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단가는 2021년 108.1원에서 지난해 152.8원으로 41.4% 상승했다. 주택용은 37.2%, 산업용은 45.7%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주택용 등 기타 전기요금은 동결하면서 대용량 산업용 전기를 ㎾h당 평균 10.6원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 판매량은 546테라와트시(TWh)로 이 가운데 53%가 산업용 전기다. 주택용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용 전기는 주택용보다 원가가 낮아 많이 팔수록 한전의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용 전기 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나라는 튀르키예와 리투아니아, 헝가리, 멕시코 등 4개국에 불과하다. OECD 평균으로는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25% 안팎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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