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한국 경제 장기침체의 늪으로? 거시경제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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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4-03-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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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 경제, 거시경제 정책이 아쉽다.
 
일본 주가지수 닛케이225가 지난 4일 역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했다. 이는 34년 2개월 만에 종전 최고치를 경신 것으로 일본 경제가 지난 30여 년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지표로 볼 수 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연초 대비 18.6% 상승하였으나 한국 코스피는 0.9%밖에 오르지 못했다. 실물 경제에서도 2023년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1.9%로 우리나라의 1.4%를 25년 만에 앞섰다. 일본 경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선전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 경제는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내수 둔화 지속, 수출 회복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수출액은 524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여 지난해 10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품별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7% 증가한 99억 달러를 기록한 것과 국가별로 대미국 수출이 증가하고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적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 경기 회복이 수출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은 광공업이 1.3% 줄었으나 건설업(12.4%)과 서비스업(0.1%)의 생산이 늘어나 전월 대비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금년 1월 전월 대비 0.8% 올랐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 및 운송장비 투자가 부진해 전월 대비 5.6% 감소했고,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12.4% 증가하였으나 건설기성 증가는 현재의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일시적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기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하였고,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여 경기가 저점을 찍고 바닥을 다지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나 본격적 상승 기조를 탔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는 것도 걱정이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 2023년 10월부터 매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신선식품지수가 20.0% 높아져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식료품 가격 상승도 부담이지만 국제 유가도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두바이유 가격이 2023년 말 배럴당 74.87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8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고, 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도 지난 8일 기준으로 각각 배럴당 82.08달러, 78.0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2개월 연장되지 않았다면 리터당 1800원대는 되었을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어 국제 유가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의 2024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1%였고, 정부와 OECD는 2.2%였다. 2023년보다는 다소 높아졌으나 2021년 4.3%, 2022년 2.6%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 전반의 성장률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과 EU, 일본의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최근의 수출 증가세만 보고 안심하기 어려운 국면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내수 경제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소비 부진이 여전하고 설비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말 기준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월에 비해 0.07%포인트,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16%포인트 상승했고, 전국 어음부도율도 0.23%로 2배 넘게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작용이 증폭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경제의 회복 기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달러당 150엔대를 오르내렸던 엔저와 마이너스 금리 지속 등 경기에 유리한 거시경제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 크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미국 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고금리 기조를 유지했고 대비 달러 환율도 1300원 선으로 높았으나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 기조로 일관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에서는 물가 압박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는 있으나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물가 상승은 수요보다는 공급 요인이 더 크다는 측면에서 물가 때문에 금리 인하를 늦출 이유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해야 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물가 안정 기준선을 2%로 잡고 있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2010년대 후반 저물가 시대를 표준으로 물가 안정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2023년에 위축되었던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냐가 중요하지만 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 여부가 2024년 경제 향방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위축에 눌린 우리 경제에 숨통을 열어 줄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 이외에 정책 수단은 별로 없다. 만성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지출 확대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고금리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부분적이고 임시적인 처방은 경제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좀 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금리 정책 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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