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자본주의 사회 제도 아래 금융자본의 독점성, 약탈성, 취약성이 드러나며 심각한 빈부격차와 경제·금융위기를 수차례 초래했다. 서방 금융발전 노선과 다른 중국특색 금융발전 노선을 걷겠다."
지난해 10월, 5년에 한 차례 열리는 중국 최대 금융 회의인 중앙금융공작회의가 끝난 후 중국 당중앙금융판공실과 중앙금융공작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사회주의 금융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강력한 역할’을 강조했다. 인민은행을 중국 공산당 통제하에 넣기 위한 실질적인 작업도 올해 양회(兩會)에서 추진됐다.
當 입김 세진 국무원···조직법 개정해 인민銀 편입
11일 오후 중국 양회의 한 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폐막식에서 국무원이 당중앙의 영도·지시를 따르도록 하고, 인민은행을 국무원 조직에 새로 편입시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또 올해 양회에서는 현존하는 ‘인민은행법’을 조속히 개정해 인민은행에 ▲실물경제 지원 ▲부동산·지방정부 부채·중소은행 리스크 해소 ▲금융 안보 강화라는 세 가지 임무를 부여해 ‘강력한 인민은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미·중 지정학적 갈등 고조, 서방의 러시아 금융 제재,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국내외 지정학적 배경 속에서 중국이 금융 안보를 강화하는데 인민은행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옌샤오화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SCMP에 “초강대국인 중국은 현재로서 전면적인 금융 전쟁에 대비해 예방 조치와 비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안화 국제화 추진, 디지털 위안화 확대, 미국 국채 보유량 축소, 외환보유액 다각화 등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중국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對一路) 연선 국가와 브릭스(BRICS) 등 신흥국과의 금융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방 주도의 국제 금융기구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데도 애쓰고 있다.
美 연준과 다른 中 인민은행 '세 가지 임무'
최근 중국 경제성장세 둔화 속 실물경제를 살리는 데도 총대를 멨다. 지난해 10월 말 금융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과학기술, 녹색경제, 포용적 금융, 노인돌봄, 디지털 경제 등 5대 분야에 대한 인민은행의 금융 지원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올해 양회에서도 인민은행은 과학기술 혁신과 기술 업그레이드 전용 재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첨단제조업과 디지털경제 발전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밖에 부동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 지도부가 강조한 '3대 공정(보장성 주택 건설, 도시재개발, 공공인프라 구축)'에 대한 통화 공급량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 멍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CEIBS) 금융학 교수는 SCMP에 “인민은행이 경제 성장을 지원하며 리스크와 싸워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며 “이는 서구 중앙은행이 거의 수행하지 않는 임무”라고도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 안보 강화 속 인민은행이 자본 계정 개방이나 위안화 환율 자율화 등을 더 꺼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정책 결정의 자율성이 줄어들 것도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인민은행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었다. 금융체제 개편 속 당중앙금융위원회가 출범해 금융 부문에 대한 당 통제가 강화되고, 인민은행의 금융지주회사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감독 기능은 국무원 직속기구로 신설된 ‘슈퍼 금융감독기관’인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융총국)에 내줬다. 지난해 7월 새로 임명된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이강, 저우샤오촨 등 전임자처럼 당중앙위원회 위원이나 후보위원에도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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