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재건축 호재가 예상되는 서울 강남권 등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노후화 아파트가 많은 서울 노원구, 도봉구 경매 매물은 시장에서 평가 절하된 모습이다.
11일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87.2%를 기록했다. 2022년 10월 당시 경매 낙찰가율이 88.6%를 기록한 이후 16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된 금액의 비율인 낙찰가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경매 물건에 대한 평가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지난해 4월 76.5%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전달 대비 2.5%p 떨어졌다가 한 달 만인 5월에 81%대로 회복했다. 그러다 다시 6월에 80%대로 내려갔다가 7월 들어서 86%대로 반등했고 4개월 만인 11월에 80%대로 또다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경매 시장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83.2%로 전달 대비 1.5%포인트(p) 올랐고 지난달에는 87%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한 번 유찰돼 감정가 대비 80%에 나온 물건이면 사실상 곧바로 낙찰된다는 얘기다.
서울에선 재건축 호재가 예상되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 용산구 등 주요 입지 아파트 대부분이 감정가를 상회하는 금액에 낙찰되며 전체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법원 경매 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98.7%로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마포구와 용산구의 낙찰가율 역시 각각 95.3%, 94.5%로 뒤를 이었고, 강남구도 90.3%에 달했다.
반면 서울 노원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이나 소규모 단지는 감정가를 밑도는 금액으로 낙찰됐다. 노원구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79%로 서울 평균치보다 8.2%p 낮았고, 서대문구(78.3%), 동대문구(77.9%), 도봉구(73.9%), 광진구(46.7%), 중구(23.8%)의 순이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면적 83㎡ 물건은 지난 달 26일 감정가(17억1000만원)보다 높은 17억4120만원에 낙찰됐다. 반면 노원 '공릉삼익2차아파트' 54.74㎡ 물건은 지난 7일 3번 유찰 끝에 감정가(5억3000만원)보다 25% 낮은 4억2350만원에 매각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매시장 양극화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똘똘한 한 채’ 구매를 위한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입지나 가격대별로 엇갈렸다는 지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주거 입지가 좋은 동남권 고가 아파트에도 응찰자들이 몰렸는데 주거 선호도가 높고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경매 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노후화된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나 대형 아파트의 경우엔 사려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연말까지 이러한 경매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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