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간 일본이 방류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여태까지 흘러나온 양의 1.8배에 달할 전망이다. 오염수 첫 방류가 시작된 후 6개월여 동안 정부는 대국민 홍보 강화와 할인 지원 등 단기 처방으로 후폭풍을 잠재우는 데 주력해 왔다.
이제는 관련 업계 종사자를 포함한 국민적 불안을 불식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은 2024회계연도(올해 4월~내년 3월) 중 7차에 걸쳐 오염수 5만4600t을 방류할 예정이다. 차수별 방류량은 각 7800t이다.
첫 방류가 이뤄진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는 4차례, 3만1200t이 바다로 흘러나왔다. 방류 규모가 1년 새 1.8배 안팎 늘어나는 셈이다.
방류 초기 극심했던 국민적 우려는 많이 수그러든 분위기다. 정부는 해수부 차관 등이 주재하는 일일 브리핑을 183회 지속하는 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해역과 수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 왔다. 이날도 송명달 해수부 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달 11일까지 추가된 생산과 유통 단계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는 각각 69건, 61건으로 모두 '적합'"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8일 실시된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42건으로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해양 방사능 모니터링 지점을 200개에서 243개로 늘리고 국내 생산 수산물 검사 건수도 지난해의 1.5배인 1만8000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 마트와 함께 수산물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매월 개최하고 전통시장 내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도 오염수 검사 항목을 늘리는 등 지역민들의 걱정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기존 170건에서 210건으로 확대 추진하고 경상북도도 생산 단계 수산물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방사능 분석 건수 목표를 620건에서 1000건으로 확대했다. 제주도 역시 전 지역을 '수산물 안심관리 마을'로 지정하고 검사 결과를 신속 공개하는 등 대응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는 130만t 이상. 방류 기간만 30~40년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10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까지 제기한다. 1~2년 대응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과 별개로 국민 안전을 담보하고 관련 업계의 피해를 막을 중장기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제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쉽게 장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염수 방류가 길게 이어질수록 어민들을 위한 철저한 방비가 필요하며 국내 해역과 수산물 피해 예방을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어설픈 대책보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일본이 국제 사회에 약속한 것을 성실하게 지키는지 확인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인데 큰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부풀리는 게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한다"며 "현 시점에서는 관망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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