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득별·지역별 초중고 사교육비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경우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00만원 미만인 가구에 비해 3배 많았고 서울의 평균 사교육비도 읍면 지역에 비해 2배 이상 차이를 나타냈다.
저출산에 학령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교육비 증가율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까지 뛰어넘으면서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로 억제하겠다'던 정부의 약속도 무색해졌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경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사교육비는 18만3000원으로, 3분의 1에 불과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 가구가 87.9%로 300만원 미만 가구의 57.2%보다 높게 나타났다.
사교육비로 월 7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도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사교육비 70만원 이상을 지출한 학생 비중은 22.0%로 전년대비 2.9%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금액 구간별 학생 비중은 60만원미만 구간에서 모두 줄었으나, 60만원 이상 구간은 증가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좀 더 소득 수준이 높다 보면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는 지역별로도 큰 편차를 보였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학생의 평균 사교육비는 62만8000원으로 읍면 지역의 28만2000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시도별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서울, 경기, 세종, 대구, 부산이 전국 평균(43만4000원)보다 높았지만 전남(27만9000원), 전북(30만2000원), 충남(30만80000원) 등은 평균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의 사교육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EBS 교재 구입 비율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율 학습목적의 EBS교재 구입 비율은 16.1%로 전년대비 0.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학생들의 학원비는 줄곧 오름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초등학생 학원비는 전년 대비 2.1%, 중학생 학원비는 2.5%, 고등학생 학원비는 2.3% 올랐다.
'보습학원'뿐만 아니라 예체능 계열 학원비도 상승세다. 지난해 음학 학원비는 1년 전보다 3.5%, 미술 학원비는 5.2%, 운동 학원비는 4.5% 올랐다. 가정학습지도 2.2% 올랐다. 초등학교 학습서는 2.2%, 중학교 학습서는 0.9%, 고등학교 학습서는 8.1% 오르면서 교재 가격이 올랐다.
학습에 필요한 도구들의 가격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종이문구는 1년 전보다 7.3%, 기타문구는 7.5% 올랐다. 필기구 역시 1년 전보다 9.6% 오르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훌쩍 뛰어넘는 추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코로나 회복으로 어학연수 총액도 4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어학연수 총액은 1619억원으로 전년대비 330.9% 증가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섰다.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해 27조1000억원으로 1년만에 4.5% 늘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였다. 지난해 학생수는 전년보다 7만명(1.3%) 줄어든 521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학령인구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늘어난 셈이다.
사교육비가 가파르게 늘면서 정부는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 이내로 억제하겠다며 2014년 이후 9년만에 사교육비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경찰 등이 대형 입시학원과 ‘일타 강사’ 단속에 나섰고, 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까지 삭제했다. 하지만 사교육비 부담이 더 늘면서 정부 정책이 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과장은 "지난해에도 사교육비가 늘었지만 (2021년과 2022년에 비해) 증가세 자체는 조금 더 둔화됐다"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교육) 참여율이나 참여 시간의 양적인 증가가 있기 때문에 증가하는 모습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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