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대기업들이 노동조합(노조)의 전례 없는 높은 임금 인상 요구에 응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다음 주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春鬪)’에서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인 5.85%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많은 수의 대기업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률로 화답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기본급 인상액을 노조 요구액인 월 3만엔(26만 7천원)을 넘는 월 3만 5천엔(31만 2천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평균 임금의 11.8%에 해당하는 액수다. JFE스틸과 고베 제철소는 노조의 요구대로 월 3만엔을 인상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 모두 사상 최대치의 인상폭을 제안했다.
히타치제작소와 도시바, 파나소닉홀딩스 등 전기 분야 대기업 12개 사는 노조 요구액인 월 1만 3천엔(11만 6천원)에 대해 샤프를 제외한 11사가 응했다. 이 역시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분야 대기업도 노조의 요구에 속속 응했다. 도요타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노조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도요타 노조는 월 급여 최대 2만 8440엔(25만 3천원) 인상과 사상 최대 규모의 보너스 지급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1999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 요구다.
닛산은 노조의 요구 금액인 월 평균 1만 8천엔(16만원)을 그대로 받아들여 역시 사상 최대폭의 임금 인상에 응했다. 도요타와 닛산 모두 노조의 요구에 전액 응하기로 한 것은 4년 만이다.
혼다는 노조 요구보다 높은 5.6%를 올려주면서 1990년의 6.2%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마쓰다도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6.8% 인상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전기, NEC도 기본급 인상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완전히 수용해 월 1만3천엔(11만6천원)에서 1만8천엔(16만원) 사이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다.
그동안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일본 가계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재계 지도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을 거듭 요구해 왔다.
실제 지난해 춘투에서도 임금 인상률이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렌고는 15일 각 기업들의 임금 인상 결과를 모아 1차 집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다음 주 18∼19일 있을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를 부분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앞서 1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금융정책 변경과 관련해 "현재 본격화하고 있는 춘투 동향은 커다란 포인트가 된다"며 향후 발표될 임금 인상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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