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고 연말에는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서둘러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서면 물가 안정기로 진입하지 못하고 부채 증가 등 위험만 자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현재 우리 경제 전망에 기반해서 본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5월 여건 변화를 보면서 하반기 경제 전망을 다시 하고 그에 기반해서 어떻게 할 건지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홍기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기획부장은 "시장에서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기대가 안정돼야 실제 관측하는 물가 역시 안정되므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중요하게 본다"면서 "미국은 휘발유 가격 등 영향이 큰데 한국은 농산물과 같은 장바구니 물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은은 변동성이 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특성이나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확실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추가적 공급 충격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 인플레이션과 괴리돼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누적된 비용 압력이 파급될 가능성도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부총재보는 "13일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큰 폭으로 상승한 것처럼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시그널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부진도 잠재적 리스크로 평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한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연체율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도 증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 부진이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가계의 자금 조달이 주로 부동산 담보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향후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취약 차주의 신용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개별 부문의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적인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면서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금융 부문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시장 부진 영향을 면밀히 살펴나가는 동시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누적된 불안 요인을 경감해나가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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