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가 혼다와 전기차(EV) 관련 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들이 14일 보도했다. 오랜 라이벌 관계인 두 기업이 협업을 검토할 만큼 세계적인 EV 전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닛산 관계자의 취재를 통해 EV 부품의 공동 사용 등을 축으로 하는 혼다와의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인 검토 분야로는 핵심 부품인 전동식 액슬(eAxle)의 공동 조달, 차체의 공동 개발 등으로, 이를 통한 생산 비용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닛산은 또한 미쓰비시자동차와 소형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전동차 개발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혼다가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들은 EV용 배터리 공장 등에 거액을 투자 중인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실적 전망이 어두워진 상태이다. 도요타도 현재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에도 내년 중 가동을 목표로 139억 달러(약 18조 3000억원)를 들여 EV용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EV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이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부품의 공동 조달 등을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차의 존재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중국은 빠른 EV 전환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세계 자동차 수출 1위에 올라섰다. 닛산과 혼다는 중국에서의 생산 능력을 최대 30%가량 감축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지금까지 장기 전략의 기축이 되던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연비 효율이 뛰어난 하이브리드차(HV)에서는 세계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EV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시장 조사 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2년 세계 EV 판매 대수의 기업별 점유율은 중국 30%, 미국 20%, 유럽 7%인데 반해 일본은 2% 이하에 머물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일본 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20년에 30%에서 2030년에는 26%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단 닛산자동차와 혼다 간 협업 논의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닛산과 혼다의 협업 타깃은 일본 내 전기차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기차 보급이 빠른 중국이나 서구에 비해 판매 대수가 적은 만큼 협업을 통한 비용 억제로 생산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8만 8500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를 넘는 수준에 그쳤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EV 시장 수요가 낮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EV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닛케이신문은 일본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EV 전환에 따른 자동차 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해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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