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권리 강화, 신성장동력 확보, 책임경영"
다음주 본격 개막하는 '슈퍼 주총데이' 3대 키워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상장 기업 371개가 오는 18~22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주총 키워드는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정책에 따른 기업들의 주주권리 강화와 AI(인공지능), 로봇, 차세대 메모리 등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확보 등에 방점이 찍혔다. 또 외교, 재무 출신 관료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한편 사외이사 권한을 확대해 기업들의 책임경영 의지도 내비쳤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오는 20~21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카드, 삼성화재해상보험, 삼성생명보험,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증권 등 10개 계열사가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삼성그룹 주총 키워드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통한 사외이사 권한 확대와 미래 기술을 선점을 위한 인재영입이다.
선임사외이사 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때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이사회 견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 이사회보다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해 기업을 관리·감독하고,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재 영입도 주요 키워드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조혜경 한성대 AI 응용학과 교수와 신제윤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조 교수는 로봇공학, 제어계측, IT 융합 등 로봇공학 및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30여년의 경력을 보유한 로봇 전문가로,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인 가사 로봇과 AI가전을 구체화할 인물로 평가된다. 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있다.
현대차그룹은 20일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21일 현대자동차의 주총이 예정됐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주총에서 이승조 신임 기획재경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한편,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과 이동석 국내생산 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사장을 이사로 재선임한다.
현대모비스는 AMD, 테슬라, 사이파이브(SiFive), 구글 등에서 활약한 AI전문가 케네스 위텍 텐스토렌트 최고전략책임자(COO)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경영고문을 영입하는 한편 폐배터리 사업을 신사업 목적으로 추가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총은 '리스크 관리'에 방향성을 맞췄다. 우선 네이버는 변재상 전 미래에셋생명 대표와 이사무엘 인다우어스 공동창립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 견고히 하는 동시에, 재무 안정성을 키우려는 조치다.
카카오는 사내·사외이사 5인을 신규 선임해 새 이사진을 꾸린다. 이번 주총에서 카카오 이사회는 기존 7인 체제에서 8인 체제로 전환된다. 새로운 사내이사는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를 비롯해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장,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 등이다.
정 신임 대표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업 전환과 기업문화 개선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권 위원장은 외부 커뮤니케이션과 위험성 관리, 조 실장은 법조 관련 영역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4대 금융지주는 주주환원 강화 정책과 이사회 재편 등이 주목할 만하다. KB·하나·우리금융그룹은 22일, 신한금융그룹은 26일 주총이 예정됐다.
금융지주 주총의 최대 안건 중 하나는 배당확대다. 저평가받아 온 주가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한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153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고 이를 주총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중간배당을 포함하면 연간 배당금은 3060원이다.
신규 사외이사 임명안도 주요 의결사항이다.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사외이사 정원을 함께 확대해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했다.
우리금융은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렸다. 전임 송수영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새로운 이사진으로 합류한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와 함께 사내이사를 확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1인체제였던 사내이사 자리에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려 3인체제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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