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력망 노후화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하는 상황이라 설비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요금 인상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전력 판매 마진(전력 판매단가-구매단가)은 kWh당 26.7원이다. 1kWh에 32.2원을 기록한 지난해 12월에 비하면 마진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플러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와 운영비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한 손익 분기점은 kWh당 20원 안팎이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안정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해 3분기(1조9966억원)와 4분기(1조8843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흑자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의 유일한 해법은 요금 인상이다. 다만 2분기의 경우 총선 등 이슈로 동결이 기정사실이다. 한전은 이르면 이번주 중 2분기 전기요금 변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연료비조정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요금 인상은 노후한 전력망 재구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난해 배전 관련 정전 건수는 1046건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2018년 506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했다. 전력망 보수와 신규 설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한전 측은 정전의 주요 원인이 전력망 노후화보다 안전 기준 강화에 있다고 설명한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의 호당 정전 시간이 늘어난 건 작업자 안전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작업 비율이 늘어났고 고장에 따른 정전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지속 발전을 담보하려면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송전망 업그레이드도 필요한데 부족한 재원이 걸림돌이다. 투자 여력이 없다 보니 민간 참여를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전은 지난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설비 투자에 총 15조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계획 대비 집행률은 9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등 한전 부채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은 누적 적자 때문에 신규 회사채 발행은 물론 전력망 보수·확충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 참여 얘기도 나오지만 결국 정부가 요금 인상과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 등 해결책을 모색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자구안 제시만 압박하는데 인력과 설비투자를 줄이면 한전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며 "요금은 올리고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에너지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게 정답"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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