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를 전면에 내세운 은행들이 점포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 지점이 서울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부촌 지역에 쏠려 금융 소외계층의 은행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시중·지방·특수은행 등 17개 은행 유인점포 수는 총 5744개로 나타났다. 4년 전인 2019년(6708개)과 비교하면 964곳 줄었다. 은행 점포 수는 2020년 6404개, 2021년 6093개, 2022년 5794개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은행 업무가 디지털화하고, 비대면이 주를 이루다 보니 비용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지점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점포는 총 1694개로 집계됐다. 은행 점포 3곳 중 1곳이 서울에 있는 셈이다. 경기·인천 은행 점포 수는 1402개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만 53.8%(3096개)의 점포가 몰려 있다. 반면 인천을 제외한 5개 지방 광역시의 점포 수는 △울산 125개 △대전 148개 △광주 169개△대구 286개 △부산 469개로 모두 합쳐도 20%에 그쳤다.
문제는 서울, 강남3구 등 수익성이 높은 지역에 점포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고객이 적은 지역은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서울 내에도 자치구에 따라 점포 수 격차가 크게 났다.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3구의 점포 수는 총 532개로 서울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고 자금이 부족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87개,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는 131개에 그쳤다. 강남3구와 비교하면 약 6배, 4배 차이가 난다. 특히 25개 자치구 중 지점이 가장 많은 강남구(262개)와 가장 적은 도봉구(20개)의 격차는 13배가 넘었다.
은행들은 강남구에 점포가 몰리는 것은 '시장 논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가, 상권 등도 발달해 고객 유치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료부터 상권, 유동인구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은행 점포 위치를 선정한다”며 “강남3구는 유동인구 혹은 거주인구가 많기 때문에 은행 점포가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기존 은행도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면서 점포 수 자체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중”이라며 “정리되는 점포는 상대적으로 고객이 적은 노·도·강 등의 점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점포를 배치하면서 노인 등 금융 취약 계층의 은행 접근성은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취약 계층이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채널 이용률이 떨어지는 만큼, 오프라인 점포 수 감소는 이들의 금융 소외도를 더 높인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이 불편해지는 정도인 고통지수를 측정해 점포 수를 조율해야 하는데 은행들은 수익성만을 따져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런 비판에 고령층 등의 금융 소외를 완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복지관에 직접 방문해 은행 업무를 제공하는 'KB 시니어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시니어 특화점포'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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