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연임에 성공하면서 향후 러시아 정세에 대한 여러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된 러시아 대선에서 8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따라서 2030년까지 '30년' 집권을 확정한 푸틴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및 반정부 움직임 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푸틴의 5번째 임기 동안 발생할 수 있는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푸틴이 임기 내내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45~50%로 가장 높은 가능성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라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고, 내부에선 야권 최대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으로 그를 대체할 인물이 부재한 상황에 놓였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30년 푸틴의 5번째 임기 종료 뒤 새 정권이 등장하는 것으로, 20~25%가량 가능성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장기화로 사망자 수가 늘고, 경기 불안이 계속되면 향후 러시아 내에서 그의 은퇴가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64년 광범위한 개혁 조치의 결과, 공산당과 행정부를 약화했다는 이유로 권력에서 축출된 소련의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서방에서 교육받은 정치엘리트가 임기를 마친 푸틴을 대신해 정권을 잡고 푸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야당 정치인 등 정적을 석방하고,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 러시아 관료들 사이에서 푸틴의 지지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흐루쇼프식 축출 가능성은 확실히 높은 건 아니다"라고 매체는 진단했다. 푸틴은 자신에 대한 반란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부하들 사이에 경쟁 관계를 조성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외에 △민족주의자의 봉기 △정권의 붕괴 △민주주의 운동 등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각각 5~10% 미만으로 평가됐다. 현재 러시아 내부에서는 나발니 사망 이후 푸틴에 맞설 야권 지도자의 존재가 미미하다. 정부는 서방 주요 소셜미디어나 독립언론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면서 반발하는 목소리를 확실히 단속하고 있다.
나발니를 추모하고 반정부 투쟁을 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러시아 내 대체적인 여론은 푸틴에 순응하고 있다.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푸틴의 지지율은 2022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80% 이상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의 이면을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전의 야당 후보 출마 금지, 투표용지 수거 중 불미스러운 사건 등을 거론하며 득표율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500만 표 이상이 나온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은 무장 군인 감시하에 투표를 진행해 일부 지역에선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95%를 기록했다. NYT는 이를 가리켜 "최근 러시아 역사상 가장 투명하지 않은 선거"라고 비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여론 달래기용 공약을 내놨다. 그는 지난달 연례 국정연설에서 향후 6년간 출산율을 높이겠다며 저출생 지역 가족 지원에 최소 750억 루블(약 1조1000억원)을 투입하고, 최저임금을 현재의 2배로 인상하겠다는 등 민생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참전 병사들에 대해선 교육 기회를 우선 제공하는 등의 예우 정책까지 곁들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