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 전기차에 목줄 안 잡히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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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4-03-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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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가림 산업부 기자 BYD와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업체가 국내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육성 정책과 미국,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배제 정책에 포위된 중국 업체들의 우회 생산기지 니즈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중국 업체의 국내 공장 설립 검토 계획이 잇따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충분한 검토 없이 중국 자동차 기업의 공장을 국내에 섣불리 들였다가는 한국이 통상마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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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산업부 기자
권가림 산업부 기자
BYD와 베이징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업체가 국내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BYD는 국내 딜러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전기 승용 모델 시승회를 진행하며 회사의 비전을 일찌감치 알렸다. 한때 BYD는 일부 차종에 대해 현대차보다 10%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이내 가격 경쟁력을 위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중국 국영기업인 베이징자동차도 경기 고양시에 4조원을 투자해 한국 생산 거점 마련에 돌입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간판을 달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한국 생산거점 마련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육성 정책과 미국,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배제 정책에 포위된 중국 업체들의 우회 생산기지 니즈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중국 업체의 국내 공장 설립 검토 계획이 잇따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충분한 검토 없이 중국 자동차 기업의 공장을 국내에 섣불리 들였다가는 한국이 통상마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IRA를 넘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27.5%에서 125%로 약 4.5배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한다며 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도 중국 제재 법안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수출하는 한국이 중국 업체의 우회 생산기지가 된다면 오히려 한국이 미국, 유럽 등 국가와 통상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원금도 문제가 된다. 중국 자동차업체가 국내에 공장을 설립하면 외국인 기업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지원될 수 있다. 정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보조금을 줄여나가고 있는 와중에 공장 설립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공장을 세운 후 우회 수출이 막힐 경우 중국 업체의 생산물량은 국내 시장에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지난해 브랜드별 점유율을 보면 기아와 현대차가 각각 30.7%, 24.5% 점유율로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테슬라가 14.2%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벤츠와 BMW는 각각 7.9%, 7.1% 점유율로 4·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 1·2위는 기아 EV6(1만7131대), 현대차 아이오닉5(1만6625대)였다. 중국 생산 모델Y는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산 전기차 기피 현상을 뚫고 3위(1만3885대)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과 럭셔리로 차별화한 수입차가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값싸고 품질까지 양호한 중국 전기차가 밀려 들어온다면 국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수 있다. 미국은 가격 경쟁력이 탄탄한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자동차 시장을 멸종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보호 장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 중국 기업이 지자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자칫 한국의 통상과 국내 시장까지 뒤흔들 수도 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고 한국 역시 아직까지 중국과 미묘한 관계에 있다. 중국 자동차기업의 공장 설립이 국내 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철저히 분석하고 산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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