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 금융 인프라 확대에 힘을 준다. 대규모 방산 수출을 적극 지원한 데 이어 현지에서 국내 진출 기업과 은행권 간 만남도 추진한다. 최근 가계대출 억제로 기업금융을 성장 전략으로 내건 은행에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해외 현장에서의 애로사항도 청취할 예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 폴란드 현지에서 ‘진출기업 및 정책금융기관 간담회’를 개최한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찬까지 비교적 장시간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물론 폴란드에 진출한 국내 주요 제조기업과 시중은행, 국책은행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이번 간담회는 금융위가 추진 중인 폴란드 출장의 일환이다. 김 위원장은 이달 24일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폴란드 방문은 금융위원장으로서는 최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기업은행 및 은행연합회장 등도 동행한다. 대부분 부행장급 인사가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서승현 글로벌사업그룹장, 농협은행은 박병규 수석부행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에서 국내 제조 기업과 금융권 간 만남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동유럽 공략이 자리한다. 최근 폴란드를 중심으로 동유럽 지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많아지는 한편, 그에 따라 증가하는 금융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두 분야 간 교류를 강화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폴란드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은 2022년 기준 170여 개에 이른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 분야부터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등까지 다양하게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여러 기업이 진출한 만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들의 금융 애로 사항을 듣는 자리도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이들이 공장 증설 등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국내 은행권이 기업금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도 최근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금융에서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동유럽 공략 전략은 앞선 ‘방산’ 분야에서부터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폴란드에 대규모 방산 수출을 위한 정책금융 한도가 부족해지자,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25조원으로 늘렸다. 이를 위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해외 금융에 힘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속한 경기회복과 안정적인 외환시장 그리고 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며 “그 핵심은 수출산업”이라고 강조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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