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서울의 대형 아파트는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해 평균 가격이 7850만원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자들이 대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자산가들도 세금 문제로 소수 대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1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 이상)의 지난달 평균 매매가격은 28억9676만원으로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28억2162만원)과 비교해 7579만원(2.69%)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이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는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5억176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 5억73만원으로 0.21%(103만원) 낮아졌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2억39만원에서 11억9662만원으로 0.31%(377만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대형(102~135㎡) 이하 아파트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중소형(60~85㎡)은 11억5772만원에서 11억5301만원으로 0.41%, 소형(60㎡ 이하)은 7억5826만원에서 7억5422만원으로 0.5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형과 중형(85~102㎡) 아파트도 각각 0.1%가량 하락세를 보였다. 이를 비춰보면 8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형 아파트의 가격 흐름은 이례적인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는 지난달 74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면적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6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5억5000만원(8.03%) 상승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현대3차 전용 140.54㎡도 올해 1월 11억27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10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5700만원(5.33%) 가격이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주거뿐 아니라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대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주택자를 겨냥한 양도세와 보유세로 인해 투자자들도 소형 아파트 여러 채보다 알짜 입지의 대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서로 대형 아파트를 찾게 되면서 나홀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를 팔지도 않을 뿐더러, 애매한 물건보다 '똘똘한 한 채'가 더 낫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오히려 중형 아파트 매물을 쏟아내고 대형 아파트로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