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상 첫 표 대결을 벌였다. 핵심 안건이었던 ‘현금 배당안’은 고려아연 측 안건이 통과됐다. 제3자 유상증자를 국내 법인에도 허용하는 ‘정관 변경안’은 고려아연 측 안건이 부결되면서 영풍이 고수한 의견이 관철됐다.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삼엄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주총 개회 예정 시간인 오전 9시 전부터 여러 명의 경비원이 별관 앞을 지켰다. 이날 주주 참석률은 90.31%로, 지난해 86%대보다 높았다.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맡았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가 확보한 지분은 33.25%, 32.09%씩이다.
우호세력을 포함한 양쪽의 지분이 엇비슷하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7%대)의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국민연금은 이날 핵심 안건이었던 배당안과 정관 변경안에 각각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전기와 같은 1주당 1만원 배당을 제안했지만 이날 주총에서 부결됐다.
2-2호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 변경의 건은 53.02%의 찬성을 받았으나 부결됐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란 점이 적용된 영향이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해당 안건은 유상증자(신주발행) 대상을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영풍 측은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이날 주총 참석률(90.31%)을 고려해 장씨일가(지분율 32%)가 모두 참석, 반대표를 줬다고 가정했을 때 반대는 35%대에 육박한다. 애초 ‘찬성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하는 구조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 변경안은 사실상 안건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대신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에 찬성표를 던지며 고려아연이 제시한 미래 비전에 힘을 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최 회장은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전기료, 원료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기존 제련사업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