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9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료됐다. 장기금리를 억제하기 위한 수익률곡선통제(YCC)를 폐지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갇혀 있던 일본 경제를 끌어 올리기 위해 유지해 온 대규모 금융 완화 방침이 막을 내리며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매체는 이날 일본은행이 18~19일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의 핵심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해 왔다.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의 일부에 -0.1%의 단기 정책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0.1% 포인트 올려 단기금기를 0~0.1%로 유도하기로 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탈출해 다시 ‘금리 있는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금리 인상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지난 15일 올해 봄철 노사협상을 통한 임금 인상률 중간 집계 결과 33년 만에 최고인 5.28%로 파악됐다고 발표하면서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물가는 이미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 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후 7개월 후인 2016년 9월에 도입된 YCC도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철폐됐다. YCC는 10년물 국채금리의 상한을 두고 그 이상으로 국채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직접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경기부양 정책이다. 양적완화보다 더 파격적인 통화정책으로, 강력한 완화 효과를 발휘한 반면 시장을 직접 조작하기 때문에 시장 기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단 일본 현지 매체들은 대규모 완화가 장기간 이어져 온 데다 향후 금리 인상 방향도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금리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어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을 통한 금리 억제 기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실상 중앙은행이 자국 기업 주식을 사들여 증시를 떠받치는 ETF 매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2010년 12월부터 시작됐는데, 도쿄증권 주가지수(TOPIX)가 2% 넘게 떨어지면 ETF를 매입해 왔다. 현재 일본은행의 보유 ETF는 2월 말 현재 장부가 34조엔, 주가 상승을 포함한 시가는 71조엔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세수와 맞먹는 규모로, 중앙은행이 리스크를 방어하며 주가를 떠받치는 조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이번 ETF 매입 중단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그림자 공신(BOJ)의 부재’에 따른 증시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달 11일 닛케이지수는 2% 넘게 빠졌지만 일본은행이 ETF 매입에 나서지 않았고 이후 12, 13일에도 주가가 빠지면서 사흘 연속 지수가 하락한 바 있다. 다만 일본은행이 최근 수년간 ETF를 거의 매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ETF 매입 중단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분간은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8일 강연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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