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를 목적으로 시행령부터 개정했다. 사업자 간 보조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고물가 시대에 가계통신비를 낮춰야 국민 삶이 나아질 것이란 이유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도입이냐 폐지냐'만이 다를 뿐 '국민을 위한 선택'이라는 정부 목소리는 한결같다. 당시 제조·유통사들은 단통법 도입을 극구 반대했다. 제조사가 역차별당하거나 유통 영향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알뜰폰 업계는 실효성이 없다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이통사만이 마케팅비 감소 효과를 기대하며 찬성했다. 그럼에도 당시 정부는 이통사가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면 일부 고객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다며 단통법을 도입하고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10년 후인 현재 이통사 현실은 어떨까. 당시 20%에 육박했던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최근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단통법 실시 직전 해인 2013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이통 3사의 무선전화 수익(매출)은 후발 주자인 LG유플러스를 제외하면 SK텔레콤과 KT가 각각 5%, 6.5% 감소했다.
유럽 멀티미디어 뉴스 플랫폼 EU 리포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등 주요국 중 5G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과 미국이다. 지난해 국가별 5G 사용률 1위는 한국과 미국으로 각각 98%였으며 일본 94%, 중국 89%, 유럽 80%다.
반면 사용량 동급인 미국보다 수익은 낮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고정 광대역 사용자당 평균수익(ARPU)은 미국(42.5유로)보다 한국(26.5유로)이 낮다. 고정 광대역 ARPU는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무선비용만을 추려낸 것을 의미한다. 2022~2023년 5G 사용량 순위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이통사의 고정 광대역 ARPU 수준이 얼마나 좋아졌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내 이통사의 전통 수익원인 이동통신 시장은 한계에 직면했다. 올해는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로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가 이동 지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주문에도 주저하는 원인이다.
다만 앞으로도 수익성을 따져가며 주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8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모 매체와 통화하면서 "고금리·고물가로 국민적 고통이 가중된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정부가 가계통신비에서 요금제와 단말기 값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고지할 수 있도록 해주길 원한다. 100만~200만원대를 넘어가는 기기값을 통신 요금제에 포함하기 때문에 통신비가 비싸다는 오인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이다. 학계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요금제 인하 강경책이 의도가 담긴 일방적인 팔 비틀기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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